본문 바로가기
나(我)/빛 바랜 일기

나이

by 자광 2009. 8. 30.
나이를 먹는다는 것은
아마도 점점 쇠락하는 것인지 모르겠다.
어제와 오늘이 다르고
모든 것이 자꾸 멍청해 지는 것 같다.
무얼 하려고 하다가도 깜빡해버리고
작은 일에도 상처를 받는다.

세월이 가는 것이 아니라
나이를 먹기 때문에 세월이 가는 것처럼
이미 세월을 앞질러 달리기 시작한 것 같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미래를 이야기 하였는데
이젠 여지없이 과거를 이야기 하고 있다.


바로 나이를 먹는다는 이야기 이다.
내가 말이야?
예전에는 말이야?
하는 순간 이미 하늘의 뜬구름처럼
허망해 지는 무력감들 때문에
나이를 먹는다는 것이 이래서는 안 되는데
하면서도 자꾸 어딘가가 텅 빈 것처럼
바람이 분다. 가슴속 머릿속 생각 속으로
바람이 지나간다.
그 바람만큼 나는 자꾸 뒤 처짐을 느낀다.

그렇게 세월을 안고 받아들인 체
살아야 하는데 왠지 아쉬움은 무언가 아직
이루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것이 슬프다. 수없이 많이 부딪친 기회들
미처 깨닫지 못했던 수많은 가능성들
그것들이 나를 더욱 허무로 이끈다.
어쩜 지금도 나는 그 허탈감 때문에
주어진 가능성을 놓치고 있는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