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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我)/빛 바랜 일기

자꾸 되돌아 본다

by 자광 2009. 8. 30.
나에겐 한가위라고 별로 특별나게 한 것이 없다.
그저 조금 더 잠을 잘 수 있었고
방안에 조금 더 뒹굴 거릴 수 있었다.
오히려 나의 무력함을 느낄 수 있도록
한가위는 나에게 상처를 주었다.

사람들은 하늘의 달을 보고 소원을 빈다.
보름달이 하늘 중턱 쯤 걸려 있을 때
가지가지 소원을 달에게 이루어 달라고 빈다.

나는 무엇을 빌까 하다가
그 또한 포기한다.
빌 것이 없다.

뒤돌아본다. 이미 중간쯤 달려온 삶이다.
앞을 본다. 아직도 한참을 달려야 할 삶이다.
그런데 내 발자국은 이미 흔적도 없이 지워져 있다.
아니 어쩜 일부러 지워버렸는지 모른다.

잘난 것 없이 살아온
무력한 삶을 은연중에 무능력과 동의하며
살아온 것이 부끄러워
지우고 지우며 살아 왔는지 모른다.

그것이 나의 삶의 전부는 아닐 진데도
나는 자꾸 무력해 진다.
깨달음을 갈구 하며 한편으로는
나름 공부를 해 보았지만
그 마저 부질없음을 알고 난 뒤에
나는 지금 자꾸 무력감에 빠져 들고 있다.

아직도 이룰 꿈이 있는 아이들에게는
미래를 이야기 하며 조잘 거릴 텐데
나는 자꾸 이렇게 되돌아보고 있다
그 사실을 점점 깨달아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