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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我)/일상

삭제(Delete)

by 자광 2009. 9. 8.

나는 어릴 적 마음을 전달하기 위한 수단으로 주로 편지를 쓰고는 했다. 그리곤 필름카메라로 사진을 찍고는 그 사진이 나오는 동안의 설렘은  생각만 해도 기분이 참 좋다. 그렇게 몇 번의 실수와 고침으로 편지를 쓰 놓고는 때론 부치지도 못한 채 그저 가슴속에 꼭꼭 간직하기도 했다.

또 영 초점이 맞질 않아 엉망이 되어버린 사진을 가지고 아쉬워 쩔쩔매던 안타까움으로 헛웃음을 짓지 않았는가. 하지만 요즈음 어떤가. 편지는 이미 지나가버린 역사가 되어 버렸다.

동네에서 흔하게 보 던 우체통이 사라지고 심지어 가까운 곳에 우체국조차 보이질 않는가. 집에 오는 우편물도 편지라기보다는 주로 요금청구서나  상품 안내서 등 등 인쇄물이 고작이다.

편리한 메일이 있어 그 나마 안부를 묻던 것조차 이젠 휴대폰 문자 메시지로 대신한다. 명절이 되면 보내던 연하장마저 사라지고 문자 메시지로 대신 해 버린다.

 인쇄된 연하장에 떠오르는 해를 배경으로 하던 그 흔하던 연하장마저 사라지는 마당에 편지를 받고자 함은 꿈도 꾸지 말아야 할 일이 되어 버렸다. 메일도 귀찮아 글자 멎자 적어 보내는 문자 메시지로 대신하는 요즈음 그나마 보관하지 않고 삭제(Delete) 해버린다.  그리고 빛바랜 앨범 속 사진을 책장에 꼽아두고 생각나면 꺼내 가족들이 모여 도란도란 얘기하던 그 때는 이미 오랜 옛이야기가 되어 버렸고 이젠 사진을 찍고 그 자리에서 삭제 해버린다.
 
순식간에 찍고 순식간에 버튼 한번으로 사라져 버린다. 추억도 애틋함도 기억 속 가물거리던 기억들도 다 삭제 해버린다. 그것이 현실이다.  쉽게 삭제 하고 쉽게 기록한다. 그리곤 다 잊어버린다. 그것이 너무 쉽다.
 
필름카메라의 그 빛바램과 몇 밤을 지새우며 쓰고 지우던 장문의 연예 편지를 이젠 볼 수가 없다. 아니 아마도 까마득한 옛 이야기로 기억할 것이다. 그렇게 장문의 편지를 적어보았자 읽어 줄 누구도 없을 것이다. 나는 그것이 아쉽다. 너무 편리만 추구하는 현실이 안타깝고 안타깝다. 한번쯤 다시 되돌아 갈 수 없을까? 삭제가 아닌 빛바랜 선택으로…….아주 오래된 흑백 사진 속의 기억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