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나(我)/일상

가면

by 자광 2009. 9. 13.

아무 생각 없이 길을 걷고 싶다. 머릿속이 텅 비어 그저 멍청하게 길을 가고 싶다. 삶도, 행복도, 사랑도, 미래도,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고 길을 가고 싶은데 현실은 나에게 무언의 압력처럼 그렇게 많은 생각을 강요한다.


무엇을 적을까 고민을 해도 요즈음은 머릿속에서 떠오르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 예전에는 카메라만 있으면 길을 나설 수 있었는데 지금은 많은 생각이 뒤 따른다.


경제적인 문제도 무시 할 순 없다. 하고 있는 일이 돈과 직결되지를 않고 지속적으로 돈을 요구하기 때문에 버티기가 참으로 힘이 든다. 후회도 하고 짜증도 나지만 포기하기에는 이미 너무 많이 와버렸다.


아니 포기하면 나의 삶이 너무 비참해질 것 같다. 신념하나만 믿고 걸어 왔는데 내가 잘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버텨왔는데 비록 화려하게 대접받지는 못해도 비굴하지 않고 당당하게 걸어왔는데. 어느 땐 도매금으로 넘어 가버린다. 그것이 나를 더욱 비참하게 한다.


선거 때가 되면 특히 사람들은 한탕주의로 가만히 있는 우리까지 걸고넘어진다. 난 관여하고 싶지 않다. 그 사람들은 내게 말한다. 이럴 때 한탕하지 않으면 언제 하느냐고. 나는 그럴게 할 능력이 없는지 몸이 움직여 주질 않는다. 그럴수록 내가 비참해 지기 때문이고 내 자존심이 그것을 허락하질 않는다.


바로 그것이 나의 문제다 적당하게 자존심을 접어 버리면 되는데 그렇게 하지 않고 버티고 혼자 고고한 척, 안 그런 척, 강한 척, 한다. 나의 내 세우는 가면 뒤로 나약한 나를 숨겨 버린다.  마주치는 현실에서 자꾸 도피하면서도 도피하는 것이 아니라고 부정한다. 현실과 이상도 구분하지 못하는 나약한 존재 이면서 강한 척, 이상을 쏟는다. 그것이 나를 더 피곤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