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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我)/일상

어느 노모의 고단한 삶

by 자광 2009. 10. 9.

내가 살고 있는 곳에 요즈음 흔히 볼 수 있는 폐지를 줍는 노모 가 한분 계신다. 우리 집은 이분을 위해 일부러 집 마당 한편에 따로 이런 저런 고물들을 모아 두었다. 때가 되면 이분이 가져가도록 한다.

오늘도 어느 날과 마찬가지 함께 있는 사람의 가계로 출근을 하는데 그 노모 가 집에 고물 모아 두었냐고 물어 보신다. 지금 얼마 모아두지 못했다고 하자. 그럼 나중에 가지러 가겠다고 하신다.

그리고 잠시 뒤 함께 있는 사람이 내게 그런다. 저 할머니도 아들 때문에 참 딱하다고 혀를 끌끌 찬다. 그러면서 그 노모 의 고단한 삶을 이야기 해준다.

그 노모가 사람들과 함께 이야기를 하다가 엊그제 며칠 동안 모아둔 파지들을 모아 고물상에 가져다주었다고 말하자 옆에서 같이 이야기 하시던 분이 그렇게 가져가면 얼마를 버느냐고 묻자 6만원이 조금 안 되는 돈이라고 말씀하셨단다. 그 돈은 그러니까 노모의 생명 같은 돈인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그 다음 말이었다. 그래서 그동안 많이 모으셨냐고 물으셨다. 그러자 그분이 그러신다. 둘째 아들 놈이 5만원인가를 가져가고 없다고.

그 말을 전해 듣는 순간 가슴에서 무언가가 확 올라왔다. 그 노모에게는 장성한 아들이 둘 있는데 첫째도 속을 썩이고 둘째는 더욱더 속을 썩인다며 할머니가 폐지 팔아 돈이라도 받는 날이면 귀신같이 찾아와 그 돈의 거의 전부를 뺏어간다는 것이다. 하루 몇 백 원도 벌고 운이 좋아야 몇 천 원씩 버는데 그것마저 그 노모의 몫이 아닌 것이다.

그것도 장성한 아들 둘이 노모를 부양하지는 못해도 어떡해든 살아보겠다는 자신의 노모의 생명줄마저 뺏어 가는 것이다. 그 노모는 아들이 있기 때문에 정부로 부터 어떠한 혜택도 받지 못한다. 하지만 그 자식들은 자신의 노모에게 아무른 도움도 되질 못하고 오히려 짐이 되고 있었던 것이다. 

노모의 구부정한 허리와 주름지고 거뭇거뭇 피어나는 검버섯이 보이는 얼굴에서 삶의 고단함이 진하게 베어 나온다. 석양 아래 쉬고 계시는 그 노모를 보면서 나는 삶의 의미가 궁금하다. 그 노모에게 자식은 어떤 의미이며 그 자식들에게 그 노모는 어떤 의미 일까?

단지 부모 자식이기 때문에 노모의 구부러진 허리로 주워 모은 땀과 노동의 대가를 아무른 대가 없이 내어주는 어머니의 마음은 무엇일까? 내 모습을 되돌아본다. 나의 어머니는 내 나이 다섯 살 때 하늘나라로 가셔서 인지. 나는 잘 모르겠다. 어머니의 의미를…….


내가 생각하는 어머니는 그저 어디선가 살아계신다는 것만으로도 힘이 되 고 위안이 되고 의미가 되는 존재가 아닐까? 내가 잘못 생각하는 것일까? 부모와 자식의 관계가 원래 그래야 하는지 내가 부모 된 지금까지도 나는 잘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