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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하붓다/차나한잔

내일 치워야 할 나뭇잎

by 자광 2009. 10. 22.


소년의 집 뒤편에는 커다란 나무 한 그루가 있는데.
바람이 불면 나뭇잎이 흩날려서 대청마루와 부엌 안에까지 들어 오곤했다.
아버지는 소년에게 등교하기 전에 떨어진 나뭇잎을 깨끗이 치우라고 하셨다.

아침 일찍 일어나서 나뭇잎을 는 일은 정말 힘들었다.
특히 가을과 겨울에는 더욱 힘들었다.
나뭇잎들이 마치 약속이나 한 것처럼 쉴새없이 떨어져 내렸기 때문이다.
매일 아침마다 나뭇잎을 치우다 보니 정말 지겹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던 어느 날 어떤 사람이 소년에게 좋은 방법을 하나 알려주었다.

그것은 나뭇잎을 미리 떨어지게 하는 것이었다.
"이렇게 하면 틀림없이 내일 일이 줄어 들겠지." 소년은 기발한 방법에 우쭐해 졌다.
다음날 새벽같이 일어나서 나무를 있는 힘껏 흔들어 댔다. 나뭇잎은 우수수 떨어졌고.
소년은 오늘 분량뿐만 아니라 내일 떨어질 분량까지의 나뭇잎을 깨끗이 치워버렸다.
내일 분량의 나뭇잎을 치우고 나니  기분이 무척이나 좋았다.

다음날 아침. 소년은 일찍 일어났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눈앞에 보이는 것은........, 어제와 마찬가지로 바닥에 수북히 쌓여 잇는 나뭇잎이 아닌가.
두눈이 휘둥그레졌다.
순간 깨달은 것이 있었다. 오늘 아무리 애를 써도 내일 쓸어야 할 나뭇잎은 줄지 않는 다는 것이다!
그때 소년의 가슴 한구석을 스치고 지나가는 것이 있었다.
무슨 일이든 일정을 내 마음대로 앞 당길 수 없다는 것이다.
다만 지금 이순간과 오늘 충실하게 살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