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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하붓다/차나한잔

확연무성(廓然無聖)

by 자광 2009. 10. 29.
양나라 무제는 불법을 위해 공덕을 많이 쌓았지만, 달마 대사는 "공덕이 없다(無功德)."고 설파했다. 그러자 무제는 "어떠한 것이 성제제일의(聖諸第一義)입니까?" 라고 질문했다. 이 '성제'의 성(聖)은 성인이나 부처님을 말하며, '제(諸)'는 진리를 말한다.

따라서 '성제'는 부처님이나 성인이 깨달은 진리를 말하지만 일반적인 불도나 불법의 의미로 쓰인다. '제일의'는 더이상 위가 없는 근본적인 뜻이라는 의미가 있다. 요컨대' 성제제일의'는 불법의 극치, 불법의 진수라 할 수 있다. 무제는 불법의 가장 근본적인 뜻이 무엇이냐고 물은 것이다.

달마는 무제의 이 질문에 대해"확연무성"이라고 갈파했다. '확연'은 어떤 것에도 집착하지 않는 확 트인 무심의 경지를 형용하는 말이다. '무성'은 무제가"어떠한 것이 성제제일의입니까?" 라고 물었기 때문에, 불법에는 어떠한 성제도 제일의도 없다는 뜻으로 대답한 것이다.

무애자재한 깨달음의 심경에서 말한다면 범부와 성인, 부처님과 중생, 유(有)와 무(無), 옮음(是)과 그름(非)등의 이원적 대립을 없앤 절대의 세계에서는 그 어떤 것도.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무제가 성제와 제일의에 집착하고 있기 때문에, 그 망상이나 분별심에 의한 상대적 인식을 없애기 위해 '확연무성'이라고 갈파 한 것이다. 이'확연무성'이야말로 바로'성제제일의'이며, 그 자체가 불법의 근본 뜻이다. 달마는 친절히 깨우쳐 주었지만 무제는 이해 할 수 없었다.

가장 절대적이고 본질적인 종교적 가치를 '성(星)'이라는 말로 표현했는데, 이 성(聖)을 부정하는 것이 '무성'이다. 선문에서는 일체의 것을 남김없이 비워 버리기 때문에 성(聖)마저도 부정해 버린다. 이처럼 선은 종교의 본질적인 가치인 성마저 비워버린 특이한 종교이다.

'무성'은 다시 말해서 무심이라고도 할 수 있다. 무심이나 무(無)가 선문의 근본 뜻이기 때문에' 무성'의 입장을 취한 것은 당연하겠다. 하지만 여기서 다시 덧 붙이자면 근본의 뜻도 사실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