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아하붓다/차나한잔

본래의 모습(本來面目)

by 자광 2009. 11. 4.
육조 혜능은 오조 홍인(五祖 弘忍)의 법을 계승해 의발(衣鉢)을 전수받았는데, 대중의 시샘으로 박해를 받아 남쪽으로 도피했다. 그 의발을 빼았으려고 뒤를 쫓는 사람중에 무사 출신의 혜명(慧明)이라는 자가 있었다.

혜능은 그에게 다음과 같이 물었다.
"선도 악도 생각하지 않을 때, 다시 말해서 선악에 대해 한 생각도 없을 때 그대의 본래면목은 무엇인가?"

혜명은 이말을 듣고 언하(言下)에 깨달았다. 그 자리에서 혜명은 본래면목을 자각하였으며, 혜능은 그에게 법을 전한다는 증명을 해주었다. 이것을 '직지인심' '견성성불'이라 말한다. 이때 부터 선종에서는 '본래면목'이라는 말이 번번히 스였던 것이다.

여기서 거론하고 있는 '본래면목'은 본래의 고유한 자기, 순수무구한 자기, 있는 그대로의 자기, 또는 태어나기 전의 자기를 말한다, 또 선문에서는 선천적으로 갖고 잇는 본심, 본성, 불심, 불성이라고도 한고, 본지풍광(本地風光), 본분소식(本分消息), 주인공(主人公), 무위진인(無位眞人)이라고도 한다. 이처럼 본래면목은 갖가지로 표현되긴 하나, 그 요점은 사람들이 본래 갖추고 있는 진실한 모습이며, '참나'이며 순수한 인간성이다.

망상이나 분별심이 있기 때문에 본래 갖추고 있는 진실한 자기를 즉'본래면목'이 나타나지 않는 것이다. 그 망상이나 분별심으로 덮힌 구름을 없애면 마음의 밝은 거울(明鏡)인 '본래면목' 이 저절로 본래 청정했던 모습으로 되돌아간다. 상대적 인식을 없애는'불사선불사악(不思善不思惡)'에 투철하는 것이 아주 중요하며, 그렇게 할 때'본래면목'은 그 참모습을 드러내게 된다.

유교에서도'본래면목'의 경지를 잘 표현하고 있는 구절이 있다. 공자의 손자 자사(子思)가 지은<<중용>>에는"희로애락(喜怒哀樂)이 아직 발하지 않은 그 상태를 중(中)이라 한다" 라는 말이 나온다. 이는 기쁨, 슬픔, 성냄, 두려움. 사랑, 미움, 바람의 7정(七精)이 발생하기 전의 상태를 중(中)이라 하는 것이다.

7정이 일어나기 전의 상태가 마음의 본체로서, 이를 '성(性, 본심, 본성, 마음의 본체)이라 하고'중(中)'이라 하는데, 이것이 바로 부모에게서 낳이 이전(父母未生前)'이며 '본래면목'인 것이다. 또 이 <<중용>>에 "솔개는 하늘을 날고, 물고기는 연못에 뛰논다." 라는 유명한 구절이 있는데, 이 역시 참나의 면목을 뛰노는 그대로 진실하게 표현 한 것이다.

왕양명(王陽命)은'양지(良知)'를 본래면목으로 서술하고 있다. "선도 악도 생각지 않을 때 본래의 면목을 인정한다. 이것이 부처님이 본래면목을 아직 깨닫지 못한 자를 위해 방편으로 설한 것이다. 본래면목은 바로 우리 유교에서 말하는 양지이다." 이 양지는 아직 발하지 않은 '중(中)'의 상태이며, 선문에서 말하는 본심, 본성이며 부모에게서 낳기 이전의'본래면목'을 나타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