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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我)/빛 바랜 일기

거북선, 한강 뱃길 열고 통영으로 가다

by 자광 2009. 11. 5.
서울 거북선, 7일 만에 통영 강구항에 닻 내려 (2005.11 올린 기사였습니다)
                              ▲ 어둠 속에 모습을 드러낸 거북선.  ⓒ 하재석  
저멀리에서 거북선이 입에 노오란 연기를 뿜어며 나타나자 사뭇 긴장한 통영 시민들은 정말 꿈 같은 현실에 숨죽였다.

"맞나… 맞다…" "정말 거북선이가…"하는 시민들의 말과 함께 거대한 거북선이 어둠을 뚫고 통영항에 들어오고 있었다..
                  ▲ 웅장한 거북선이 강구항 수항루 앞에 닻을 내릴 준비를 하고 있다.  ⓒ 하재석
한강을 떠난 지 5일 만인 지난 14일 거북선은 멀고 먼 뱃길 720km를 달려 한산대첩의 고장 경남 통영 한산도 앞바다에 도착했다. 그리고 16일 자신의 본영인 수항루가 있는 통영의 강구항에 들어오는 행사를 가졌다.

거북선을 맞이하는 통영 시민들의 반응은 그야말로 잔치집처럼 감격적이었다.

"그간 거북선을 한결 같은 마음으로 성원하고 고대하고 있었는데 한강의 거북선이 본영인 통영 제자리로 돌아온 데 대해 통영 시민 모두가 기쁘하고 축하하는 마음을 감출 수가 없다. 애쓰신 관계자 여러분과 서울 시민 여러분께 감사의 말씀을 드리며 앞으로 거북선을 더욱 발전 시키고 통영 시민의 애정을 듬뿍 쏟아부어 참다운 통영 본영의 모습으로 가꾸어 나가겠다."

통영 북신동 주민자치위원장 박기민(55)씨의 말이다.
                          ▲ 거북선에서 내린 이명박 서울시장과 진의장 통영시장. ⓒ 하재석
거북선이 강구항에 닻을 내리자 제일 먼저 소설가 박경리 선생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 다음으로 이명박 서울시장과 진의장 통영시장이 모습을 보였다. 특히 진의장 통영시장은 이순신 장군으로 분하여 통영 시민들의 박수를 받았다. 이명박 서울시장은 기다리고 있던 두 어린이로부터 감사의 꽃다발을 받기도 했다.

그리고 하늘에서는 폭죽이 터지고 기다리고 있던 통영 시민들은 뜨거운 박수로 환영했다. 거북선은 충무여자중학교 학생들이 합장하는 한산대첩 기념제전의 노래와 이순신 장군의 노래가 울려펴지는 가운데 항구에 안전하게 정박했다.
              ▲ 통영 시민의 열렬한 환영을 받으며 인사말을 하고 있는 이명박 서울시장. ⓒ 하재석
통영 시민 신광순(33)씨는 "가슴이 뿌듯하고 다시 제현된 거북선을 보니 통영 시민이라는 사실이 자랑스럽다"고 얼굴에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김영기(55)씨는 "당연히 와야 할 곳에 왔다. 진짜 존경하는 이순신 장군의 제2의 고향이라고 할 수 있는 통영에 거북선이 잘 돌아와 기쁘다"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 통영 강구항 수항루 앞에 정박 중인 거북선.  ⓒ 하재석
     ▲ 승리의 북을 5번 치는 이명박 서울시장과 진의장 통영시장. 이날 승리의 떡도 잘랐다.  ⓒ 하재석

통영여자고등학교 1학년인 이혜자양은 "통영 시민이라는 것이 자랑스럽고 생각만 하던 것을 눈앞에서 보니까 신기하고 서울 시민들이 너무 고맙다. 또 통영을 모르는 분도 많은데 이 일을 계기로 서로 알게 되어 더욱 기쁘다"며 서울 시민들에게 고마움을 표했다

이날 수항루 앞에 정박한 거북선은 이제 통영 시민들의 품에서 사랑 받게될 것이다.

이날 거북선의 통영 정박은 통영시가 국방부·합동참모본부·수도군단·유엔사군사정전위 등을 수차례 설득, 휴전 이후 처음으로 한강 뱃길 이용 허가를 받아내 이룩한 쾌거였다.

조선시대 세곡 운송에 쓰이기도 했던 한강 하류 뱃길은 근세까지 활발히 이용됐지만 한국전쟁 이후로는 사실상 막혀 있었다. 물론 1953년 10월 군사정전위원회 회의에서 민간 선박이 한강을 운항할 경우 유엔군사령부의 사전 허가를 받도록 협약이 맺어졌으나 이후 허가를 받아 운항한 배는 한 척도 없었다.

때문에 이번 거북선 이동은 '한강 거북선을 한산대첩의 본고장인 통영에 이동한다'는 차원을 넘어 '분단 반세기 만에 한강비무장지대 뱃길을 열어 남북 화해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는 데 더 큰 역사적 의미를 가진다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