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나(我)/빛 바랜 일기

혼자 가는 길

by 자광 2009. 11. 7.
고성에 있는 옥천사를 찾았다.
예전의 모습을 잘 간직한 산사는
고즈넉하다.
입구 매표소에서 부터 한가롭다
많이 찾지 않는  방문객들을
기다리는 매표소의 아저씨는 긴 하품을 한다.
등산객들의 울긋불긋한 옷들만이
이 산이 도립공원임을 증명한다.
연화산 자락엔 물 좋기로 소문난
옥천사가 있다
내가 물을 마셔보아도
옥천사 옥천수의 맛은 일품이다
어떻게 이렇게 맑고 시원한 물이 쏟아 날수 있는지
참 자연은 경이롭다.
여기저기 둘러 보다 사진을 찍는다.
나는 왜 불자이면서
부처님께 절을 안하는지 모르겠다.
그저 이방인처럼
산사의 이곳저곳을 둘려 본다.
왜 그럴까. 불자라면서 부처님의
법을 공부하고 또 부처님의 법을 믿고 의지하며
그 법을 따라 살기로 하였는데
왜 법당에 들어 가 삼배를 하지 않을까.
대웅전 앞에서 이방인처럼 고개 쑥 내밀고
사진 몇 장 찍고 돌아서 나오는 나를
내가 봐도 깜짝 놀란다.
이런 내가 한심하기도 하다.
삶도 제각각
죽음도 제각각
그저 나고 죽음은
하늘에 뜬구름이 생겼다가 사라짐이라.
어차피 혼자 가는 길.
더 이상 외로울 것도 없는 길
아닌가. 혼자서 묵묵히 길을 가다보면
그렇게 사라져 갈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