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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我)/빛 바랜 일기

현실에 머물러 살 것이다

by 자광 2009. 11. 7.
아침엔 약간 흐리더니 저녁엔 하늘이 제법 맑다
무얼 할까 마지막 휴가라고
다들 들떠 있는데
일을 하는 것은 여전히 일을 한다.
나는 매일 변함이 없다 죽을 먹으로 오라고 하여
죽을 먹는다. 요즈음 배가 매일 아파
거의 밥을 먹질 못한다.
답답하지만. 참을 만하다
나를 보고 있는 사람들에게
나의 나약한 모습을 보이긴 싫다.
예전의 병원에서 절망적인 진단을 받고
그렇게 아무 일 없는 듯이 지금까지 버티고 있는
새삼스럽게 배가 조금 아프다고 호들갑을 떨어야 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그러고 보니 난 살면서 참으로 많은 고비를 넘겼다.
아니 삶에 있어 그런 남들이 말하는 소위 죽을 고비들을
수도 없이 넘겼다.
자동차 사고. 등등. 참으로 많은 곳에서 생사를 넘나들었다
그렇지만 언제 그랬냐는 듯이 항상
그 자리 지금 여기에 있다
그것도 아무른 걱정도 없이 그렇게
그것이 우스운 것이다.
난 도대체 어떻게 살고 있는 것일까
내가 생각해도 나의 그동안의 일들을 보면
살아 있음이 오히려 신기하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내가 지금 살아 있다는 것이다.
배가 아픔을 느낀다는 것은
살아있기에 누리는 아픔이다.
고로 난 여전히 행복할 권한이 있고
삶을 충실히 누려야 할 것이다
아마도. 앞으로도 쭉. 현재에 머물러 살아 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