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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하붓다/비교종교

불교와 다종교사회

by 자광 2009. 11. 8.
현대와 다종교사회

지구촌과 다종교 사회
다종교 사회란 한 사회 안에 둘 이상의 종교가 동시에 존재하는 경우를 말한다. 다만 그러한 조건이 충족되더라도 어느 하나의 종교가 압도적인 사회적 영향력을 행사함으로써, 여타의 종교는 있으나마나한 경우라면 다종교 사회로 보기 어렵다. 그러므로 엄밀한 의미에서 다종교 사회의 충분 조건은 한 사회 안에 둘 이상의 종교가 각각 분명한 사회적 영향력으로서 동시에 존재하고 있어야 한다.

일반적으로 과거의 전통 사회는 여러 면에서 폐쇄적인 사회였다. 따라서 전통 사회는 그 성격상 여러 종교들을 한꺼번에 수용하기 어려웠다. 그러나 전통 사회라고 해서 반드시 하나의 종교만 존재했었던 것은 아니다. 중동이나 유럽과 달리 동아시아 사회의 경우 대체로 샤머니즘과 유교 불교 도교가 함께 존재해 왔다. 그러나 동아시아의 사회 역시 시대와 지역에 따라 대체로 어느 하나의 종교가 지배적인 영향력을 행사함으로써 다른 종교의 존재는 유명무실하기 십상이었다. 따라서 전통 사회는 명실상부한 다종교 사회였다고 하기 어렵다.

반면에 일부 극단적인 예외를 제외한다면, 현대 사회는 개방된 사회로서 다양한 종교들이 자유롭게 공존하는 명실상부한 다종교 사회이다. 그러나 자신들의 신앙밖에 모른 채 폐쇄주의를 고수하던 서구의 전통 사회가 타종교들을 또 다른 하나의 종교로서 동등하게 인정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기 시작한 것은 겨우 지난 1965년의 일이었다. 그때까지 서구인들에게 있어서 타종교는 종교가 아닌 혹세무민의 사설(邪說)이거나 미신일 뿐이었다.

동양의 전통 사회들은 타종교에 대해 비교적 덜 적대적이어서 타종교를 송두리째 부정하는 경우는 드물었다. 그러나 자신의 신앙을 절대시하기는 역시 마찬가지였다. 자신의 신앙을 절대시하는 것은 어떠한 종교도 끝내 포기하기 어려운 모든 종교의 본질적 속성이라 할 수 있다. 신앙은 어떤 면에서는 남녀간의 사랑과 같은 것이어서 다분히 배타적인 헌신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한편 자신을 포함하는 모든 종교의 어떠한 절대성 주장도 결코 용인하지 않으려 했던 이론이 없지는 않았으나, 현실적으로 그러한 입장을 견지할 수 있었던 예는 없었다.

그러나 지난 30여년의 짧은 기간에 상황은 급변했다. 급속도로 발달한 교통이나 정보 전달의 수단은 지구 전체를 하나의 마을로 만들어 버렸다. 이제 지구에는 한 개의 마을밖에 없다. 마음만 먹는다면 24시간 안에 도달하지 못할 공간은 지구상에서는 이제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뿐만 아니라 이제 지구상에서 일어나는 어떠한 사건도 발생하는 그대로를 실시간으로 인지할 수 있게 되었다. 교통이나 정보 전달의 수단에 의해 시공간상의 절대 거리가 상대화됨으로써 지구는  하나의 마을이 되어버렸다. 바로 이러한 정황 때문에 지구촌은 이제 아주 자연스럽게 다종교 사회가 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