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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하붓다/허튼소리

버릴 것도 없는데

by 자광 2008. 12. 8.

무언가 해야지 하는
간절한 마음으로
또다시 부질없이 펜을 든다.

아무 계산이 없다.
어떤 논리도 없다.
자꾸 무언가 적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절박한 심정으로 시작 해본다.
이것이 내 본성이리라

인간은 정한 시간 속에서
웃고 떠들고 말하고
울고 괴로 워 하고
내가 알 수 있는 만큼의 세상에서
내가 볼 수 있는 만큼의 세상을 보며
그것이 다 인양
그렇게, 그렇게 살다간다.


산다는 것이 정말 무엇일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지. 수. 화. 풍.
사대육신이라면
그 시작은 어디며
끝 은 어디더란 말인가.

아! 아니더라.
어차피 삶이란 시작이 곧 끝이요
끝이 곧 또 다른 시작이더라.

태어남으로 죽고
죽음으로 새로운 시작이더라.
그 고리를 벗어버림이
곧 해탈이더라.

해탈 다음은 또 무엇이란 말인가.
업 따라와서 인연 따라감 인데
나는 지금 무얼 해야 한단 말인가.
어차피 매이지 않은 몸
놓을 것도 없음이고
어차피 채우지도 못한 맘
비울 것 도 없음이니…….
세상 인연 다하면 다 하는 대로
바람처럼 구름처럼
그렇게 살다 가라하네........

바람이 형체 있어 느껴지나.
구름이 날개 있어 하늘나나.
봄이라 꽃핀다고
피었다 할 수 있나.
겨울이라 낙엽 진다
사라진다 할 수 있나.
이렇게 숨 쉰다고
살아있다 할 수 있나.
내 육신 썩어진들
없어졌다 할 수 있나.

눈감으면 죽음이고
눈떠보면 아침인데
무엇이라 生 이고
무엇이라 死 란 말인가.

아프고 고통스럽다.
누구를 원망하랴.
배고프고 가난하다
누구를 탓할까.

내게 있어 세상은 무엇이며
세상에 있어 나는 무엇이기에
수천 수억의 또 다른 나 가 있어
제각각의 우주는 존재 하는데

내가 보는 하늘 다르고
네 가 보는 하늘 다른 법(法)
각각의 하늘과 각각의 우주
부처님 말씀대로
갠지스 강의 모래알보다
많은 우주가 존재 하는 것이다.


그 모두 인연의 고리로 역어져
한 때 는 사랑하고
한 때는 부모이고
한 때는 벌레이고
한때는 천인인 것을
왜 너와 나여야 하는가......?

돌고 도는 생사윤회의
이 질긴 업보는
바로 내가 있기 때문 아닌가.
너와 내가없다면
부처도 우주도 존재치 않음이니

더불어 하나 되자
그 하나마저 지워버리고
나중에 지울 것조차 없는
청정(淸靜) 의 본체로 가자

이젠 그 마저 버리고 나면
두 번 다시 이 땅에
나지도 죽지도 않음이니.
이젠 다 버리자
해탈의 욕심마저도.........


1997년6원29일 일요일  새벽

維摩 河在錫 合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