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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하붓다/차나한잔

바보 조롱박

by 자광 2009. 11. 14.
한 바보가 복잡한 도시에 들어섰는데 거리에 사람들 때문에
여간 혼란스러운 게 아니었다.
바보는 우선 잠을 자야겠기에 여관을 찾아 들어 갔다.
거기에도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그런데 막상 잠을 자려니까, 잠이 들었다가 깨어났을 때
저 수많은 사람들 속에서 자기 자신을 찾지 못하면 어쩌나 싶었다.
그래서 궁리 끝에 자신의 발목에 조롱박 하나를 매달았다.
자기 자신을 표시하기 위해서…….

그런데 어떤 짓궂은 사람이 이것을 보고,
바보가 잠들기를 기다렸다가
그의 발목에서 조롱박을 떼어 자신의 발목에 매달았다.
그 사람도 역시 그 여관에서 잠을 자려던 참이었다.

이윽고 바보가 잠에서 깨어나 조롱박을 찾았다.
그런데 어떤 사람이 조롱박을 발목에 메고 잠들어 있는 것이었다.
바보는 그 사람이 자기라고 생각했다.
그러다가 갑자기 그 사람을 공격하며 외치기 시작했다.
"네가 나라면, 아이고 맙소사, 나는 누구인가..............,
대체 나는 누구란 말인가?"



우리는 끊임없이 자신을 찾고 확인하지 않으면 안 된다.
자신을 잃어버리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은가?
자신을 잃어버리지 않는 사람 있는가?
자신을 찾지 않아도 되는 사람 있는가?
사람들을 보라. 그들의 눈을 보라.
허공에 떠 도는 저 눈동자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