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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我)/따다부따

과정이 생략 되는 세상

by 자광 2009. 11. 18.

어떤 일을 하는데 있어 과정이 없는 일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우리 사회는 과정이 생략되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과정이란 일의 결과와 더불어 참 중요한 것이라고 나는 생각하는데 그렇지 않는 모양이다.

심지어 요 근래 헌법재판소에서 까지 그런 예를 내 놓았기 때문에 앞으로 과정은 더더욱 무시될 수 있는 빌미를 제공해 주었다. 어떻게 과정이 불법인데 결과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지 궁금하다. 도대체 어떻게 하면 그렇게 판결을 할 수 있는지 차라리 경이롭다.

모든 일에는 그 과정을 거쳐 결과에 도달한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온갖 불법이 난무하고 양심도 도덕도 없이 처리되어도 결과에 아무른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면 이 세상은 어쩌면 범죄의 천국이 될 것이다. 그것이 자명한 일이다.

왜 일단 과정에 문제가 좀 있어도 결과 만 도출되고 나면 과정은 생략되기 때문이다. 나는 이것을 인성교육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요즈음 아이들에게 아버지 어머니들의 옛날 고생담은 그저 듣기 싫은 과거다. 심지어 "그래서 어쩌라고" 하기 까지 아이들은 부모들의 옛날이야기엔 관심이 없다.

그 아이들이 자라 어른이 된 세상은 어떨까? 과정이 생략되고 결과 만 을 중시하는 세상, 무얼 하든 승자만 되면 되는 세상, 어떻게 하든 부자만 되면 되는 세상, 1등만 하면 되는 세상, 나머지는 다 필요 없는 세상, 어떻게 설명을 해야 할까? 어떤 목포를 이루기 위해 차곡차곡 과정을 밟아 가는 것인데 그 과정이 어찌 되었건 상관이 없다면…….정말 생각만 해도 끔찍한 세상이 될 것이다.

솔직히 과거는 지금의 거울이다. 아이들은 지금 그저 좋은 대학을 가기위해 수능으로만 내 몰린다. 다른 것은 필요 없다. 음악을 잘하던, 축구를 잘하던, 그림을 잘 그리 던 그건 상관없다. 무조건 좋은 대학을 가야 된다. 학벌이 인맥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이들은 학교가 끝나면 학원으로 내몰린다.

그런 아이들에게 구차한 부모의 과거는 그저 과거일 뿐 듣기 싫은 과정일 뿐인 것이다. 어찌 나를 키웠건 상관없다. 일단 좋은 대학부터 가야 하기 때문에 부모의 허리가 휘어지거나 말거나 자신의 미래를 위한 부모는 희생양 일 뿐이다. 물론 안 그런 아이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사회가 그렇게 몰아간다. 그런데 어떻게 인성교육 운운한단 말인가. 인성은 나중이고 그저 공부만 하면 되는데 공부만 일등이면 되는데 인간성이 조금 나쁘면 어때, 일등이면 되지, 인간성이 나쁘면 어때 일류 대학 가면 되지, 인간성이 나쁘면 어때 대기업에 취직했으면 되지…….결과가 중요하지 과정은 가볍게 생략되는 세상이 바로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세상이다.

좀 더 인간답게 살 수 있기를 희망하는 나는 이미 구시대적인 생각을 하고 있는 사람이다. 하나에서 부터 끝까지 차근차근 정성을 다하여 이루어진 결과는 필요 없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몇 번의 실패와 좌절과 절망도 필요 없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그저 결과만 도출하면 되는 세상이 바로 지금 세상이 되어 버렸다. 내가 살고 있는 대한민국이…….

그 결과 최근 어떤 국민의 방송 이라는 TV 프로에서 외모지상주의 방송을 당당하게 내보낼 수 있었던 것이다. 심지어 친절하게 자막까지 내 보내면서 대한민국 남성의 80% 이상을 패배자로 만들어 버릴 수 있는 것이다. 이것이 과정이 생략되었기 때문이다.

과정이 뭐 그러면 어때 시청률만 좋으면 되지. 대한민국 남성의 80%를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낙오자로 패배자로 만들어 버리고도 자신들이 무엇을 잘못했는지도 모르는 것을 보면서 그리고 그 여학생의 어처구니없는 변명을 보면서 인성교육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결과 만을 보기 때문에, 과정을 생략하기 때문에, 그 여학생은 자신의 아버지 조차 패배자로 만들어 버리는 패륜을 저질렀다. 자신의 조상들 까지, 그리고 그런 방송을 친절하게 자막까지 처리 해 전 국민에게 내 보낼 수 있었던 그 방송사도 대단한 것이다. 과정이야 어찌 되었건 결과물인 시청률만 좋으면 되기 때문이다. 어쩌면 그 방송프로 이름 하나는 확실하게 알렸는지도 모른다. 나까지 그 방송 프로 이름을 알게 되고 MC이름 까지 알게 되었으니 이만하면 수확이라면 수확이다.

나는 아직도 결과도 중요하지만 그 과정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아이들의 어릴 때 인성교육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 인성 교육을 바탕으로 자란 아이들은 과정의 중요성을 알게 될 것이다. 그런데 지금 어른이라고 하는 우리들이 부끄럽다. 과정이 생략 된 세상을 살고 있는 것이 이 아이들의 잘못만도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게 몰고 가는 어른들이 있고 그렇게 잘못 된 과정에 대해 책임지는 자 없이 결과만을 중요시 하고, 결과만을 두둔하고, 결과만을 이야기 하며, 과정은 묻어 버리는 어른들의 모습에서 아이들에게 무엇을 배우라고 한단 말인가, 그렇게 만든 것도 우리 탓이다.

그런 교육환경, 그런 정치꾼, 그런 어른들이 버젓이 대한민국의 일류라고, 대한민국의 지도자라고 앞에서 포장을 하고 있는 한…….아이들은 결국 과정을 생략하게 될 것이다. 나는 그것이 무섭다. 결과만 도출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경쟁하게 될 아이들의 미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