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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我)/일상

아버지

by 자광 2009. 11. 18.



운동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한 5분 정도 걸어야 하는 길이다.
10시 가까이 되는 시간이기 때문에 가로등이 없으면 많이 어둡다.
그 길을 걸어 아파트 담장을 끼고 걸어오고 있는데
앞에 어떤 남자분이 서 있었다.
그 남자를 막 지나 오는데 뒤에서 "아빠 야"하는 다정한 목소리가 들린다.
순간 고개들 돌리려 하는데
그 와 동시에 그 남자가 "응" 하고 대답하는 소리가 들린다.
뒤 돌아 보니 고등학생 쯤 되어 보이는 여학생이
아주 다정하게 뛰어가 아빠의 품에 파고들곤 곧바로 팔짱을 하며

"기다린 거야" 한다.
그 아빠는 "그래" 하면서 둘이서 도란도란 이야기를 한다.
순간 나는 하는 생각이 밀려온다.
나에게도 딸이 있다. 나는 딸에게 어떤 아버지 일까?
저렇게 다정하게 이야기 해준 적이 있을까?
저렇게 늦게 오는 딸을 위해 골목길에서 기다린 적이 있을까?
내가 기억하기로는 한 번도 다정하게 이야기 해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미안하다. 그리고 부러웠다.
그 딸과 아버지의 다정한 모습이

나는 저런 아버지가 될 수 없었을까?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딸은 나의 생각과는 상관없는 길을 가고
나는 또 그 딸을 그저 야단치고 뭐라 하고 있다
어느 순간부터 나는 그저 무서운 아버지가 되어 있었던 모양이다.
딸은 나름대로 열심히 했는데
나는 그 딸의 마음을 몰라주었다.
미안하다. 그리고 후회된다.
아무것도 해주지 못한 것이 미안하다.
지금도 아무 능력 없는 아버지 인 것이 미안하다.
오늘 골목길 전봇대에서 딸을 기다리는
아버지와 그 딸이 또 아버지를 다정하게 불러 주는 딸이
나는 참 부럽고 보기에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