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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mkTV/맛있는 여행

갈대 그리고 순천만

by 자광 2008. 11. 28.
갈대 그리고 순천만
약간의 비가 오락가락 인다. 그렇게 나선 길은 희뿌연 안개처럼 세상이 이미 구름 속에 든 것 같다. 길가에 차를 세우고 사진을 찍고 싶은 너무나 아름다운 풍경들을 스치며 고속도로를 달려 도착한 곳이 바로 순천만이다.

하지만 생각과는 달리 바다는 어디론가 도망가 버리고 그곳엔 갈대만 흐드러지게 바람에 일렁이고 있었다. 그 갈대 사이로 목도를 놓아 사람들이 갈대가 되어 바람과 갈대와 사람이 하나가 되어 버린다.

갈대 사이를 걷는다. 그 사이로 난 물길과 갯벌에서 또 다른 우주가 펼쳐지면서 수많은 생명들이 꼬물 꼬물거린다. 사람의 인기척에 놀라 구멍 속으로 사라지는 조그마한 게 들은 어쩌면 인간들의 방문이 반갑지만은 않을 지도 모른다.
그렇게 한참을 갈대사이로 난 목도를 지나 용산전망대 오르는 계단이 나타난다. 그 계단 끝에 전망대가 있겠지 하고 계단을 오르지만 아뿔싸. 그곳에서 약 1.1km를 가야 한단다. 다리는 아프고 숨은 거칠어지지만 이정표의 전망대 풍경이 자꾸만 나를 유혹한다.

그래 조금 지쳐도 가야지 꼭 그림속의 풍경을 보고야 말겠다는 다짐을 하고 산길을 오른다. 등산이 시작된 것이다. 그렇게 작은 능선을 몇 개지나 약 500m 지점에 이르자 옆구리 확 터이며 순천만이 제 모습을 드러낸다.

그 순간 아! 하고 탄성이 터져 나온다. 그림 속 풍경은 아니지만 넓은 바다위에 둥글게 펼쳐진 갈대숲과 노랗게 익어가는 들판의 벼들이 조화를 이루며 마치 천상세계를 오른 것 같은 환상이 펼쳐진다.

하지만 전망대는 아직 절반 이마에 흐르는 땀방울을 잠시 뒤로 하고 또 터벅터벅 길을 간다. 그렇게 한참을 가자 전망대가 앞으로 100m 남았다는 이정표가 나타난다. 반갑다. 그렇게 잠시 또 좁게 난 숲길을 따라 가자 사람들의 웅성거림이 들리며 전망대가 모습을 드러낸다.

전망대에서 바라본 순천만의 모습은 빨간 카펫을 깔아 놓은 것처럼 붉다. 바닷가에 둥글게 원을 그리며 펼쳐진 갈대밭 그 사이로 난 물길이 어우러져 한 폭의 동양화를 보고 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든다. 아마 아름답다는 표현을 이때 하는가 보다.

순천만은 순천시를 중심으로 하여 동쪽의 여수반도와 서쪽의 고흥반도에 둘러싸인 호수와 같은 만으로, 광활한 갯벌이 펼쳐져 있으며 크고 작은 섬과 주변의 산과 바다가 어우러져 서해안 등 다른 지역과는 달리 주변 경관이 아름다운 지역이다.

순천시내에서 8㎞ 정도 떨어져 있으며 행정구역상 도사동과 해룡면, 별량면, 39.8㎞의 해안선에 둘러싸인 21.6㎢의 갯벌, 5.4㎢의 갈대밭 등 27㎢의 하구 염습지와 갯벌로 구성된 만이다.

순천의 동천과 이사천의 합류 지점으로부터 순천만의 갯벌 앞부분까지 전개되는 갈대군락은전국에서가장 넓은 면적으로 가을 무렵 갈대꽃이 피고 칠면초가 붉은빛을 띠며 흰색의 철새가 날아 오르는 광경은 전국에서 가장빼어난 자연경관을 자랑하고 있다.

특히 순천만은 오염원이 적어 잘 발달한 갯벌과 염습지, 갈대군락이 그대로 보존되어 있어 질좋은 수산물이 풍부하며, 천연기념물 제228호인 흑두루미를 비롯하여 검은머리갈매기, 황새, 저어새 노란부리백로 등 국제적 희귀조류 11종과 한국조류 200여종이 월동 및 서식하는 전세계 습지 가운데 희귀종 조류가 많은 지역으로, 자연관찰과 탐조를 위한 자연학습장과 국제적 학술 연구의 장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

하지만 가는날이 장날이라고 자욱한 안개로 인해 순천만의 속살을 다 보지는 못했다. 하지만 그 아쉬움이 그리움이 되어 사무치게 그리우면 그때 다시 순천만을 찾으리라 살며시 기약하며 발길을 돌려야 했다. 뚜벅 뚜벅 바람이 되어 세상속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