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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我)/일상

우리집 개 좀 말려줘요

by 자광 2010. 10. 31.

새벽 2시쯤 집에서 키우는 개가 짖어 나가보니 옆집 나이 먹은 총각 때문이었다.
그 총각은 올 때 마다 개가 짖는다고 우리식구들만 보이면
개 좀 짖지 못하게 하라고 부탁을 한다.
그 총각 때문에 우리 집 개는 낮엔 하루 종일 묵여 있다.
그런데 다른 사람들에게는 짖지도 않는 개가 그 총각만 보면 짖어서 난리다.
그리고 꼭 그 총각은 개와 실랑이를 하고 있다.

얼마 전에는 개에게 벽돌을 던져 집 유리창이 깨어진 적도 있다.
그 총각이 그렇게 하면 할수록 개는 그 총각에게만 유난스럽게 짖어 된다.
그래도 사람이 우선이기 때문에 일단 양보하고 개를 사람이 없을 땐 묶기로 했다.
그런데 저녁에는 2층에서만 놀 수 있도록 풀어 놓았다.
밤엔 어지간해서는 안 짖기 때문이다. 물론 낮선 사람이 1층에 들어오면 짖지만
주인이 나가거나 뭐라 하면 곧바로 그친다.
그런데 오늘 새벽 2시쯤 마구 짖어 나가보니 옆집 총각이었다.

자다가 깨어 나가보니 총각이 개에게 뭐라 욕 하고 있었다.
그리고는 내 얼굴을 보자말자 개 좀 묶어 놓아라. 는 것이었다.
순간 기가 막혔다. 안 그래도 그 총각 때문에 하루 종일 묶여 있다.
밤이라 풀어 놨는데 그 마저 새벽에 들어오는 자신에게 짖는다고 묶어라 는 것이었다.
그래서 내가 다른 사람에게는 안 짖는데 유독 총각에게만 그러니
그러지 말고 그냥 개가 짖어도 무시하고 집안으로 들어 가버리라고 하자
개가 짖는데 어떡케 집에 그냥 들어 가냐고 한다.

 

그러니까 앞으론 그냥 몇 번 무시하고 들어가 버리면 개도
그냥 짖지 않을 것이라고 하자 나보고 그냥 묶으라고 한다.
자기에게 짖으니까.
그래서 다시 안 그래도 총각 때문에 하루 종일 묶여 있다가
총각 새벽에 들어오는 줄 어떡케 알고 묶어 놓느냐고.
하자 그럼 개가 짖는데 어떡하냐고 짜증을 낸다.

그런데 거의 2년을 사는 동안 개가 짖을 때 마다
개에게 욕을 하고 야단을 치고 하니까
개도 그 총각만 보면 짖는다.…….
덕분에 자신은 낮에 하루 종일 묶여 있는 신세가 되었다.

그래서 좀 친해지지 그러냐고 하자 그럴 생각이 없단다. 그냥 묶어 두라고 한다.
자신이 언제 들어올지 모르니까 묶어 두라는 것이다.
낮에 풀어두면 저녁일 마치고 들어와 짖는 바람에 잠 못 잔다고 묶으라고 하고
낮에 묶어 두었다가 저녁에 풀어 두자 또 자신이 새벽에 들어오는데 짖는다고 묶어 두라고 한다.

참다 참다 화가 폭발했다.
딱 총각 한사람 때문에 개가 짖는데 총각이 사람이니까 몇 번만 모른 척 하면
개도 그냥 얼굴 익히고 짖지 않을 것인데, 개와 똑같이 짖는다고 욕하고 벽돌 던지고 하니까
그런 것 아니냐고……

그러니까 그런다. 개가 짖는데 그럼 화 안 나냐고…….
말이 막혔다. 더 이상 대화가 되질 않았다.
참고 참았던 울화통이 치밀어 올랐다.
결국 개만 몇 대 맞는다. 그러자 그 총각 자신의 집으로 쏙들어간다.

그 뒷집과 우리 집은 어차피 개가 짖어도 물거나 할 수도 없다.
서로가 2층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개가 짖는다고 짖을 때 마다 그냥 들어 가버리면 될 것을
개에게 뭐라고 하는 사람이나. 그런다고 그 총각만 보면 짖는 개나 서로 똑같다고 했다.

그러다 느낀 것이 하나 있었다. 평소에 그렇게 잘 참아내던 나에게서
내가 제어할 수 없는  또 다른 자아가 나를 억누를 수 없을 만큼의
성질이 치솟아 오르는 걸 느낄 수 있었다.
한편에서는 참아야지, 참아야지 하는데도 참기가 힘들었다.
그리고 도무지 말이 통하지 않아 대화가 불가능했다.

평소에 계속 짖으면 문제가 있는 개 이지만
하루 종일 있다가 딱 그 총각에게만 줄기차게 짖고
그 총각은 그럴 때 마다 욕을 하고 개를 나무란다.
왜 자신에게만 짖느냐고…….

솔직히 개가 자신에게만 짖어대니까 신경질 나는 것은 이해가 간다.
그런데 한번 쯤 자신은 생각을 할 수 있는 인간임을 모를까? 개를 상대로 이겨야 할 까?
오죽 못났으면 개가 그렇게 무시하고 짖을 까? 개 때문에 살인난다는 말이 불현듯 떠올랐다.
더더구나 개가 진돗개라 다른 곳에 팔거나 분양하지도 못한다.
또 집에 대문에 없어 그래도 개가 있어 사람이 오는 것을 알 수 있었는데.
전생에 원수가 졌는지 그 총각에게만은 유독 짖어 댄다.
우리 개 좀 누가 말려주면 안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