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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我)/일상

아들의 가방

by 자광 2011. 7. 15.


부산에서 생활하던 아들이 어느 날 새벽 불쑥 집으로 들어왔다.
얼마 전에 조금 다쳤는데 하루정도면 괜찮아 질 것이라 생각했는데
일주일 이상 아파 그동안 일을 하질 못했다며 이 가방을 들고 들어 온 것이다.

이 가방은 내가 준 가방이라 잘 기억하고 있다.
그렇게 며칠을 집에서 있는데 저 가방 속은 나도 잘 모른다. 어찌 되었건 대충 지 생활용품들이 들어
있었다. 오늘 아침 무심코 가방을 보니 왜 그렇게 가방에 때가 많이 탔는지.

갑자기 울컥 눈물이 나오려 했다. 나의 예전 모습을 보는 것 같아서…….
아들은 지금 25살 청년이지만 고등학교 때 사고로 귀에 고막이 터지고 이빨이
4개나 없다. 그것도 앞 아랫니 4개다. 그렇게 세월을 보내다 보니

아직까지도 해주질 못하고 지금이 이른 것이다.
그런데 정학하게 부산에서 무슨 일을 하는지도 모른다. 그저 선배 형과 함께 있다고 만 하고
뭐라 고 하는데 자세히 듣질 못했다.

처음엔 가까운 곳에 장사를 시켜줄 요량으로 가계를 하도록 해 주었는데 도저히
견디지를 못해 결국 손해를 보고 가계를 접고 아들은 부산으로 취직을 간다며 떠났다.
그렇게 몇 개월이 흘러 도깨비처럼 가끔씩 얼굴 보곤 했는데

이번엔 제법 오래 집에 있는 것이다. 그런데 때 묻은 가방을 보니 왜 내 가슴이
찢어지는지 모르겠다. 정말 선배 형과 함께 있는 것인지. 끼니나 제대로 챙겨 먹는 것인지.
이런 저런 생각들이 밀려오고 혹시 라도 어디서 노숙이나 하고 있지나 않는지 등등
안타까운 생각이 밀려오는 것이 었다.
물어보아도 말도 잘 안하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그저 돈 몇 푼 지어주는 것 뿐이다.

그래서 더 가슴이 아프다. 공부할 수 있는 기회도 놓치고 부모 사랑도 제대로 못 받고
그렇게 자라 그래도 25살 청년이 되었는데 이젠 지 말마따나 무엇을 하려 해도
할 것이 없는 그런 처지가 된 것이다. 그런 아들의 가방이 나를 아프게 한다.
뭐라도 해줄 수 있으면 좋으련만. 지금 나의 형편에는 어림없는 이야기고

아들의 가방은 어떤 사연들을 꽁꽁 숨긴 채 오늘도 밤이면 친구들을 만나려 나간다.
언제 방황을 끝내고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할 기회가 주어지련지
부모로서 아무것도 해주지 못하는 가슴이 그저 찢어진다....
저 때 묻은 가방이 나를 슬프게 한다.
아들의 고달픈 삶을 내게 이야기 하는 것 같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