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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我)/일상

첫눈이 오네요

by 자광 2013. 8. 3.

생각없이 문을 나서는데

눈이 펑펑 내리네요

내 애마는 애처롭게 눈을 맞으며

주인을 기다리네요

지붕도 없이 밤새 저러고 서 있었는데

저는 결국 외면하고 맙니다.

모자를 푹 눌러쓰고는

그냥 터벅터벅 걸어봅니다.

차들은 도로위를 쌩쌩달리고

사람들도 어디론가 주머니 손을 넣고는

종종걸음합니다.

아 살아 있구나

모든것이 살아 움직이는 구나

그렇게 나 또한 주머니 손을 넣고 종종 걸음 합니다.

  

 

 

내가 살고있는 마산은

참 눈보기 힘든 지역 입니다.

그런데 오늘 아침 갑자기 하늘이 어두워 지더니

이렇게 눈이 펑펑 내리네요

눈이 내리면

예전엔 많이 설레이고 했는데

요즈음은 걱정이 먼저 되는 것을 보면

나이라는 것을 먹었나 봅니다.

그래도 약간의 설레임이 그나마 위안이 됩니다.

차들도 조심하고 사람도 조금해서

아무일 없이 걱정이 아닌 설레임속의

눈이기를 희망합니다.

사람들의 움추른 어깨위를 더 이상 짓누르지 않는

눈이기를 희망합니다.

마냥 눈밭을 뒹구르며 행복해 하는

눈이기를 희망합니다.

눈이 내립니다.

펑펑

2012.12.07 일에 작성한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