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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我)/빛 바랜 일기

인생 반 바퀴

by 자광 2015. 8. 28.

가을인가 보다.
아침저녁으로 제법 쌀쌀한 것이
천상 가을인가 보다.
이제 얼마 후면 오십대가 된다고
생각하니 참 세월은
화살을 떠난 시위 같구나 싶다.
산다는 것은 의도하지 않아도
살게 되어있지만
그 산다는 것은
어쩌면 어떻게 사느냐가
정말 중요한 것 같다.

어디에 살건
무엇을 하건 중요하지 않다.
하지만 이제 한번 쯤 되돌아 볼
나이가 되니 새삼스럽게
내가 걸어 온 길이
어땠는지 궁금해진다.

다른 이들의 가슴에
상처들은 주질 않았는지…….
아 이 부분에서 할 말이 없어진다.
난 참 많은 사람들 가슴에
못을 박고 살아 왔기 때문에
그들에게 미안하다.

나로 인해 알게 모르게
상처 받은 가슴들이
이젠 여물어 덜 아프기를 바람 한다.
부디 조금이라도 잘 되기를
앞으론 좋은 일만 생기기를…….

 


나름 참 많은 일들을 격어면서
살아왔지만 또 살아갈 날도
마찬가지겠지
좋은 일만 하지도
그렇다고 나쁜 일만 하지도 않은 참
어중간한 삶을 살아 왔구나 싶다.

나름 세상을 좋게 살아야지 했지만
의도하지 않게 다른 이들의
가슴에 생채기를 주진 않았는지
그들에게 참 많이 미안하다.

그리고 슬프다.
왜 내가 그들을 아프게 했는지
좀 더 잘하지 못하고 일부러 골라서
아픈 말들만 쏟아내 곤 했는데
그것이 미안하다.
생각해보면 좋은 일만 하고
또 웃으면서 살기도
짧다면 짧은 시간들이다.
앞으로 주어진 시간이
얼마나 될지 모르지만
이제라도 그렇게 숙이며
좀 더 겸손하게 살아야 하지 않을까 싶다.


그래 어쩌면 그것을 깨달은
지금이 바로 인생의 전환점이 아닐까?

어쩌면 이제 반을 돌았으니
남은 반은 똑바로 보고
정신차려라는 의미 아닐까?

주어진 시간은
얼마나 남았는지모르지만
이 우주에 한 점 점처럼
왔다가 흔적 없이 사라지는
그런 무의미한 사람으로
사라지기보다는
그래도 이름 한자 정도는
남은 자들에게 의미있는
그리움이 되게 해야 하진 않을까.

 


그래 그러자. 자연 또한
추운 겨울 오기 전
가을에 제일 화려하다.

가지가지 색으로 치장을 하고는
미련 없이 제 몸을 떨어뜨린다.
제 한 몸을 떨어뜨림으로써
또 다른 시작을 준비한다.

나도 그러자 이제 부터 화사하고
뜨거운 가슴을 준비하자
그리고 그렇게 더 힘차게
더 의미 있게 세상을 향해 발을 내 딛자
세상 별거 있나.
내 우주의 주인은 바로 나인데…….
인생살이 뭐 즐겁게 한번 부딪쳐 보는 거다.
이제 겨우 한번 뒤돌아보았을 뿐인데 뭐

2011년10월2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