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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속 이야기/여행속 풍경

각시바위와 묵정(墨井)의 전설

by 자광 2009. 1. 14.
 각시바위(서쪽 방향에서 찍은 모습) 2009. 1. 10
1월 10일 각시바위 전설이 있는 곳으로 찾아갔다. 근간 몇일은 영하의 날씨로 남부지방에는 좀처럼 느낄 수 없는 강추위와 바람 또한 세차게 불어 인적을 찾아 볼 수 없는 한적한 곳이였다.

이곳은 경남 고성군 마암면 보전리 동정마을 끝에 위치하며, 마산에서 14호 국도 고성방향으로 회화면 배둔리를 조금 지나다 보면, 오른쪽으로는 진주로가는 마암면 지방도가 있는데 이길은 옥천사가는 방향이고, 그곳에서 바로 몇미터 지나 다리에서 좌회전하면 도로공사 현장을 만나게 된다.

그러나 이 도로공사는 마동호 공사현장으로 진입하는 길로 현재 공사가 중단되어 있고, 일부 구간 까지는 차량은 진행할 수 있으나 그 다음은 길을 차단한 장애물이 있어 목적지 까지는 걸어서 가야한다.

막상 현장을 둘러보니 도로 옆 초라하게 서있는 각시바위는 옛 모습을 간직하지 못하고 상부는 훼손되어 있고 도로에 뭍혀 간신히 모습만 있었다. 이 각시바위는 애틋한 전설을 가진 소중한 것으로 반드시 보존되고 관리되어야 할 것이다.
 ▲ 각시바위 동쪽방향에서 찍은 모습으로, 바다를 매립하여 공사중인 도로보다 낮은 위치가 되었다.
다음은 각시바위 전설의 내용이다.

먼 옛날 보전리 동정마을 바닷가에 한쌍의 젊은 부부가 살고 있었다. 남편은 아침 일찍 배를 타고 바다로 나가 고기를 잡고, 아내는 그물을 손질하여 텃밭에 나가 김을 메고 저녁이면 만선의 기쁨을 안고 돌아올 남편을 기다리는 것이 이들의 일과였다.

날마다 남편은 고기를 많이 잡아왔고 아내는 아기를 배어 배가 점점 불러 열달만에 예쁜 딸을 낳아 이들 부부의 기쁨은 이루 말할 수 가 없었다. 텃밭에는 맑은 샘물이 솟고 있었는데 남편은 아침마다 샘물에 얼굴을 씻으면서 이렇게 말하곤 했다.

"여보 이 샘물이 맑게 솟아나는 이상 우리의 사랑도 영원히 변하지 않을 것이고, 또한 내가 고기 잡는데도 아무런 걱정이 없을 것이오"라고 그 이후로 아내는 남편이 늦게 돌아오는 날이면 항상 아기와 함께 샘가로 나가 조약돌을 던지며 샘물이 항상 맑게 솟아나기를 기원하였다.

그러던 어느날 여느때와 다름없이 남편은 일찍 일어나 아내와 귀여운 아기에게 입맞춤을 하고 샘물에 얼굴을 한번 비추어 보고는 바다로 나갔다. 아내는 아기를 업고 밭에서 김을 메고 있었는데, 한나절이 되어 하늘에 먹구름이 끼기 시작하더니 빗방울이 떨어지고 순식간에 폭우로 변하여 천둥번개가 치고 바람이 거세게 불었다.
 ▲ 동네 어느 주민의 이야기로는 바위의 상부가 훼손되었다고 한다.
아내는 부리나케 집으로 돌아와서는 샘에 돌을 던지면서 바다에 나간 남편이 무사하기를 빌었다. 한참 그러고 있을 때 갑자기 머리위에서 번개가 치더니 벼락이 우물에 떨어져 샘물이 사방으로 솟구쳤다. 이게 웬일인가? 그토록 맑고 깨끗하던 샘물이 벼락을 맞아 먹물을 뿌린 듯 새까맣게 변하고 말았으니.......

아내는 불길한 예감이 들어 아기를 업은채로 바닷가로 뛰어 나갔다. 날이 저물었지만 남편은 돌아오지 않고 아기를 업은 아내 역시 그 자리에서 움직일 줄 몰랐다. 그래서 하루가 가고 한달, 두달, 1년, 2년... 세월이 지났다.

비가오고 바람이 불고 세월이 흐르는 속에서 아기를 업은 아내의 몸은 딱딱한 돌로 변하였고 이끼 낀 그 돌 틈새로 물새들이 드나들었다. 후세의 사람들은 까맣게 타서 먹물이 되어 버린 그 샘을 "묵정(墨井)"이라 부르게 되었고, 이 샘에 붓을 담구어 글씨를 연습하여 많은 문필가를 배출하였으며 아기를 업은채로 남편을 기다리다 돌이 되어 버린 여인의 정절을 기려 "각시바위"라 불렀다.
 ▲ 각시바위가 사진 중앙 그늘진 곳의 흰 점이 보이는 바위앞에 있다.
     이 길을 따라가면 마동호 공사를 하다가 중단된 곳이다.(산 너머)
지금도 경남 고성군 마암면 보전리 동정마을의 바닷가에 여인의 형상을 한 바위가 풍진 세월속에 우뚝 솟아 있는 모습을 볼 수가 있는데, 자식을 얻지 못하는 사람이 정월대보름날에 바위 위로 돌을 던져 앉히면 아들은 낳는다는 전설이 전해지고 있다.

지금도 나이가 많은 지방사람들은 동정마을을 "목정개"라고 지명을 부르고 있으나, 실제로는 "묵정개"라고 부르는게 맞고 행정 지역명으로는 동정마을이다.
(주) 개 : [명사] 강이나 내에 바닷물이 드나드는 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