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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我)

설날, 단상

by 자광 2009. 1. 26.

오늘이 설날이다. 아침에 일어나 무의미하게 TV를 보다가. 또 멍하게 무엇을 할까 생각을 해 본다. 별 할 일이 없다. 그것이 바로 나다. 슬프다. 남들은 고향으로 다니려 가는데 나는 멍하니 목적지도 아직 정하지 못한 채 누워 있다고 생각하니 내가 참 못났다. 그러다 슬그머니 일어나 세수를 하고 옷을 주섬주섬 입는다. 무엇을 할까 무어라도 해야 되는데 아니 무어라도 하지 않으면 미칠 것만 같아 자리를 털고 일어난다.

오랜만에 나의 애마 아반떼는 잠시 둔다. 오늘 시내에 끌고 나가봤자 복잡할 것이라는 생각에 버스를 이용하기로 했다. 시내에도 사람이 없다. 도시에 나만 남은 것 같다. 길거리 가로수가 쓸쓸해 보인다. 터벅터벅 내 발걸음은 극장으로 향한다. 그래 영화나 보자 하는 마음에 극장으로 들어섰는데 이번에는 또 볼 만한 영화가 없다.

결국 적벽대전이라는 영화를 보기로 정하고 표를 구입한다. 7.000원 약 40분의 기다림 끝에 영화를 감상 할 수 있었다. 영화는 삼국지를 바탕으로 하는데 주인공은 유비, 관우, 장비, 조조, 제갈공명이 아닌 주유와 제갈공명이 주인공으로 다루어진다. 물론 조조는 여전히 상대역이다. 새롭다, 삼국지 속의 제갈량과 조조. 그리고 유비와 관우와 장비가 또 조자룡 까지 내 눈앞에서 창칼을 휘두른다.

스케일이 정말 화려하고 적벽대전에서 화공은 정말 볼 만하다. 하지만 뭔가가 부족하다. 2%로의 부족분은 무엇일까? 그리고 여자의 미모는 영웅을 한순간 패배자로 만들어 버리는 무기가 될 수 있음도 느낀다. 적벽대전 스케일은 웅장하지만 무언가 2%로 부족한 영화라고 평가 된다. 그렇게 영화를 보고 나오니 극장 안에 제법 사람들이 많다.

다소 위안이 된다. 아니 머리가 희끗 희끗 하시는 노부부가 손잡고 영화를 보러 온 모습이 너무나 보기에 좋아 입가에 미소가 잔잔히 지어진다. 참 보기에 좋다. 서로를 보고 웃으며 무언가 소곤거리는 모습이 참 보기 좋다. 그렇게 오늘도 하루가 간다. 배가 고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