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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我)

쓸쓸 쌀쌀

by 자광 2009. 1. 27.


아침에 옥상에를 올라갔다. 빨래를 널어야 하기 때문이다. 옥상에 빨래를 널다가 옥상탱크 밑에 꽁꽁 얼어 있는 수도꼭지를 바라보며 참 꽤 추운 모양이라고 새삼 느낀다.

난 그래도 따뜻한 이불속에서 누워 별로 춥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는데. 나와 보니 춥다. 그렇게 세상은 꽁꽁 얼어 있었다. 어제가 설날인데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이 추운 날 갈 곳이 없어 거리를 방황했을 거라고 생각하니 가슴이 먹먹해진다.

예전 철없이 세상을 떠돌던 때가 생각난다. 어떤 생각도 없이 막연하게 세상을 떠돌며 그 세상이 좁다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옥상 위 만 올라가도 세상이 참 복잡하구나. 라는 생각이 문덕 문덕 든다.

나야 말로 우물 안에 개구리처럼 내 눈으로 본 세상만을 인정하고 내가 보지 못한 세상은 인정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것이 바로 내가 우물 안의 개구리라는 증거다.

세상에는 내가 모르고 알지 못하지만 존재하는 수많은 것들이 있다. 그리고 매 순간 순간 또 그렇게 역사는 쌓여 간다. 다만 나만 지금 여기에 있는 것이지 나 또한 우주의 일부분으로 역사 속에 묶여 가고 있는 것이다.

꽁 꽁 얼어붙은 세상을 새삼스럽게 쳐다보면서 밤새 저 물은 영화의 날씨와 싸워 결국은 자연에 순응해 그렇게 꽁꽁 얼어붙어 있구나 싶다. 하지만 해가 떠올라 다시 기온이 올라가면 또다시 자신의 본 모습으로 돌아 갈 태지……. 그런데 물의 본 모습은 무엇일까? 나도 아직 나의 본 모습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