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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하붓다/허튼소리

이방인 인 것을

by 자광 2009. 1. 31.

모두가 이방인 것을
비가 내린다.
이 비가 그치면 이젠 대지에 더욱 많은 생명들이
그 모습을 나타낼 것이다.
요즈음 우리나라는 온통 독도문제로 신경이 곤두서 있다.
우리에겐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인데도
일본이라는 나라는 우긴다.
그들의 근성이 나타나는 부분이다.
난 요즈음 사회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보면서
내가 알고 있는 우리나라사람들이
많이 바꾸어야 한다는 생각을 해본다.

얼마 전에 TV에서 보여준 국제 결혼문제에 대해
저 멀리 외국 까지 가서 신부를 데려 오는
우리나라 농촌 총각들의 심각한 현실이 가슴이 아팠는데
문제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근본적인 생각이 나를 아프게 한다.
그들이 사실 우리보다 조금 못사는 나라에
단지 우리나라가 자신들의 나라보다.
잘 산다는 이유만으로 그들은 신랑의 조건이나
이런 것을 별로 따지지 않고 만리타국으로 시집을 온다.

그것은 자신을 희생하는 것이다.
그 순간 이미 문화가 다르고 말이 다르고
생각이 다르지만 부부라는 이름으로
그들은 하나가 되기로 약속을 한 것이다.
그런데 그들이 국내에서 받아야 할 대접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무시와 편견이다. 반찬을 못하고.
말이 답답하다는 이유로 매를 맞아야 하고.
시어머니의 폭언과 심지어 폭행까지 감수해야 했는데도
그들은 결코 그것을 자신들과 틀린 신부 탓으로 돌린다.

그들은 외국에서 물론 경제적인 어떤 이유로
멀고먼 우리나라까지 온 것이다.
다른 말로 하면 그들은 우리나라에 와서
그들이 가져가야 하는 기억들은
어쩜 너무나 나쁜 기억들이 될 수도 있다.

심지어. 연수생이라는 이름으로 들어와
졸지에 불법 체류자라는 범법자가 되어 버린 노동자들.
이들이 왜 이렇게 소외되어야 할까.

왜 우리는 우리의 아픈 과거를 기억하지 못하는 걸까
우리의 예전 모습에서 그들의 지금을 불 수 없을까.
그래서 좀 더 그들을 따스하게 안아줄 수 없을까.
그들이 돌아가 아. 그 나라 정말 다시 한 번 가보고 싶다.
라고 하는 나라가 될 수는 없을까.

세상에 살고 있는 우리 모두가 사실은 이방인이다.
잠시 주인처럼 살다갈 이방인일 뿐이다.
모두가 떠나야할.
그런데. 우리는 이 땅의 주인으로 행세만 할 뿐,
그 역할을 하질 못한다.
손님을 대하는 태도가 아닌 하인이나 노비를 대하는 태도로
그들을 대해 왔다. 니들이 여기서 벌어가는 돈이 얼만데.
하지만 그들은 결코 공짜로 돈을 벌어가지 안했다.

우리노동자들이 천시하고, 힘들다고 무시하고,
더럽다고 무시하고, 위험하다고 무시하던 일들을
그들이 대신해주고 받아가는 노동의 대가인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그들을 범죄자로 만들어 버린다.
말을 잘 듣지 않으면. 그들을 범죄자로 만들어
그들의 땅으로 돌려보내 버린다.

혹시 메아리에 대해 아는가.
나는 소리를 한번 질렀지만 그 소리는 몇 번이
내게 돌아오는지 알 것이다.
지금 내가 한 자그마한 잘못이 어쩜
내 후손들에게 정말 씻지 못할 아픔으로
메아리 되어 돌아올지 모른다.
이제라도 그들과 내가 피가 통하고 온기가 도는
생명체라는 존재만이라도 인정해 주자.

생명 있는 모든 것이 살아야 할 이유가 있음인데
하물며 그들과 나의 삶의 무게는 똑같은 것이다.
그들의 삶과 내 삶의 가치가
결코 가볍거나 무겁지 않다는 이야기 이다.
정신 차리자.
그리고 그들을 이 우주의 주인으로 인정하자.

저 멀리에서 나를 믿고 따라온 신부를
내가 인정하지 않으면 누가 인정하겠는가.
그들이 그 힘들고 어렵고 위험한일을 하지 않으면
그 자리에 과연 누가 다시 들어 가 그 역할을 할 수 있을까.
그들과 내가 결코 따로 둘이 아님을 인정하자.
그리고 이 세상 누구나 떠나야 할 이방인임을 인정하자.
너와 나 단지
이 지구별에 잠시 여행 온 이방인 인 것을…….
2009.1.31

維摩 河在錫 合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