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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하붓다/허튼소리

넘어지면 일어나면 된다.

by 자광 2008. 11. 29.

일요일 날 딸 아이와 딸 아이 친구랑 함께 가까운
무학산 학봉으로 등산을 간다.
그냥 운동 삼아 가기에 가벼운 음식과 음료를 준비하여 산에 오른다.
산에 오르기 전에 마침 산사가 있어 들려 대웅전에 가 삼배를 올리며
이왕이면 108배를 함께 하자고 제안하자
딸 아이도 딸 아이 친구도 좋다고 하여 함께 시작 하였다.

땀을 흘리며 절을 마친 후 다시 산을 오르다.
그 아이가 절을 하는 것이 하도 신기하여 내가 질문을 했다.
"너는 교회 다니는 줄로 아는데 어떻게 부처님께 절을 하니" 하자
딸아이 친구는 "하나님도 부처님도 다 제 마음 인걸요." 한다.
순간 머리를 무언가로 한대 맞은 듯이 띵하게 아프다.

어른인 내가 부끄러웠다.
나의 분별이 부처님과 하나님을 구분한 것을 이 아이가 깨닫게 해주었다.
아이는 어른의 스승인 것을 실감하는 순간이다.
그러면서 다시 산을 오르는데 너무 뛰고 까불거리기에 "그러다 넘어진다.
조심해라" 하자 이 아이가 대답한다.
"넘어지면 일어나면 되는 거예요" 나는 더 이상 할 말이 없었다.

과연 아이는 어른의 스승이구나 하며 "네가 내 스승이었구나." 한다.
그렇다 넘어지면 일어나면 되는 것이다.
그것은 너무나 당연한 진리이다.
진리란 이와 같이 너무나 쉬워 무심코 지나치기 쉬운 것이며
또 찾기 어려운 것인지 모른다.
그 아이는 단지 넘어지면 일어나면 된다는 진리를 이미 알고 있고,
나는 그렇지를 못했다.

배고프면 밥 먹고, 졸리면 자 면된다,
더 이상도 없다. 더 이상 무엇이 필요한가.
배고플 때 제대로 먹지 못하고 이런저런 이유로 그냥 넘기기 일쑤다.
졸릴 때 자지 못하고 자기 전에 온갖 망상. 걱정. 근심 등에 시달린다.
한데 이 아이는 이미 하나님도 부처님도 자신의 마음 인 것을 안다.

넘어지면 일어나면 된다.
지금 나는 그런가 한번 생각해보라,
과연 잠 올 때 아무 생각 없이 잠을 잘 수 있는지
배고플 때 무심히 밥을 먹고 있는지 부처님의 가르침은 이와 같이 너무 쉬워 스치기 쉽다.
다시 묻겠다. 진리란 무엇인가,
넘어지면. 일어남이다.

-자광 합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