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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我)/빛 바랜 일기

철새를 보면서

by 자광 2009. 2. 25.
매서운 바람이 아침부터 불어와 주머니 손 넣고 오늘 주남저수지로 향한다. 철새들 끼룩 이며 잠깐 쉬어 가는 곳이기에 바람은 더욱 매섭게 분다. 두서없이 사진을 찍는다. 전망대에 올라 망원경으로 수면 위를 보니 수많은 철새들이 제각각이다.
 
어떤 놈은 날아오르고 어떤 놈은 먹이를 먹고 또 어떤 놈은 호숫가에 나와 있다 무리지어 있는 놈 따로 혼자 있는 놈 하나같이 다 소중한 존재들이다. 우리는 저들을 미물이라 한다. 하지만 그건 우리들의 입장이고 엄연히 저들의 우주에서는 미물도 없다

철새는 철새 일뿐인걸. 우리가 미물이다. 아니다. 하는 분별을 두었다. 하지만 차라리 아름답다. 배부르면 욕심 없고   때가 되면 떠날 줄 아는 그들이 부럽다.

우리네 인간들은 놓아야 할 때 놓을 줄 모른다. 천년만년 살 것처럼 움켜쥐려고만 한다. 부질없는 줄 알면서도 그 부질없음을 인정하려 하질 않는다. 죽을 줄 알면서도 우리는 언제나 죽음을 부정하듯이 그렇게 어리석다 우리네 인간이 차라리 저 철새들은 받아들인다.

계절이 오고감을 자신들의 떠남과 옴을 그렇게 진리인줄 알고 욕심내지 않는다. 떠날 때가 되면 어김없이 떠난다.
그러듯 돌아 올 때가 되면 어김없이 다시금 돌아온다. 내일에 대한 걱정도  미리 하지 않는다. 걱정은 우리네 인간들만이 한다. 그것도 아직 오지 않은 내일일 들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