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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我)/빛 바랜 일기

남해 보리암

by 자광 2009. 2. 28.

남해로 가는 길은 의외로 가까웠다. 예전에 몇 번 가보기는 하였지만 멀게만 느껴졌는데 이젠 사천에서 다리를 건너니 가깝다. 창선을 거쳐 미조면을 들려 상주에 다녀왔다. 금산아래 중턱에 매미처럼 붙어 있는 보리 암을 보고 있노라니 인간의 웅졸 함이 참 아이러니 하다.
 
차를 보리암 바로 뒤통수까지 끌고 올라가 법당에 지폐 몇 장을 올려놓고는 온갖 복을 달라고 빈다. 관세음보살 하면서 말이다. 언제 부터 우리네 불교가 이렇게 변질되었는지 그저 답답하기만 하다 불교가 과연 기복신앙인가……. 물론 그것 또한 방편이 될 수는 있다.

하지만 진정한 의미에서 불교는 기복신앙일수 없다. 복을 비는 신앙이 아니라 깨달음 을 목적으로 하는 신앙이다. 성불과 더불어 중생교화가  대승의 진정한 길 아닌가. 어떻게 중생을 교화 하는가 그것은 그들의 전도 몽상된 생각들 미명을 바로 잡아 주고 그들 자신이 부처와 다르지 않음을 깨우쳐 주는 종교 이다.
 
또 그 깨우침은 자신의 깨우침 아닌가. 복을 구하고.온갖 것을 바라고 원함으로써 오히려 의타심이 생긴다. 기도란 자신에게 구하는 것이다. 어느 누구도 아닌 자기 자신에게 구하는 것이 바로 기도 이다. 그런데도 우리는 복을 구하고 장수를 구하고 건강을 구하고 명예를 구하고 재물을 구하고 온갖 것을 구한다. 관세음보살 관세음보살 하면서 말이다.
 
뒤통수까지  관광버스 타고 올라와서 말이다. 그 옛날 산 아래서부터 오직 일념으로 관세음보살, 관세음보살 하며 산을 오르던 그분들은 다 어디로 갔단 말인가, 안타까움이 밀려온다. 남해 보리암 관세음 보살님만 영험하고 시방삼세 가득하신 관세음 보살님은 영험하지 않는가 말이다……. 무엇이 영험한가. 집에 있는 아들딸 남편에게 물어 보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