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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我)/빛 바랜 일기

정말 새해다

by 자광 2009. 2. 28.
실감이 안 난다 2003년이다 한 것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2004년이다. 그것도 며칠이 바람처럼 지나 가버린 시내에 나간다. 배가 고프다 무얼 먹을까 망설이다가 눈에 띄는 식당을 찾아 들었다. 작고 허름하다 조금 나이 드신 아주머님이 나와서 주문을 받는다.

정식으로 시켰다. 정말 오랜만에 먹어보는 고향의 맛이다. 참 맛있다…….반찬그릇을 싹싹 비운다. 얼마냐는 내 물음에 3000원이란다. 저렴하다. 그런데 맛있다. 새해첫날 문밖에서 까치가 울어 되더니 이렇게 맛있는 밥을 먹는다. 기분이 좋다. 썰렁한 방안에 들어와 컴퓨터를 켠다.

부엌에 전구가 고장이다. 내가 너무 무심했나 싶다 난 아직도 아무른 계획이 없다. 생각나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 경제적으로 남들이 보면 부유하진 않지만 나는 대신 남에게 빗진 게 하나도 없다. 갚아야 할 게 없으니 마음이 편안하다. 없기도 하지만 빗진 게 없으니 어쩜 빗으로 철옹성을 싼 사람들보단 편안할지 모른다.

작은 것에 만족할 줄 안다. 아니 작은 것이 없다. 모든 것이 감사할 뿐이다. 단돈 3000원에 배부를 수 있어 감사하고 썰렁해도 들어와 누일 수 있는 공간 있으니 감사하고. 아들딸이 있으니 감사하고 일할 수 있으니 감사하고 글 쓸 수 있으니 감사하고 이 얼마나 행복한가. 내일일 을 미리 걱정하지 말라는 예수님의 말씀처럼, 끼니 걱정하지 않는 새들처럼, 그렇게 만족하며 감사하며 올해를 보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