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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我)/빛 바랜 일기

온기를 가진 사람

by 자광 2009. 3. 2.

아침부터 문자를 기다렸다. 오늘은 평소에 봉사활동을 다니시는데 동참하기고 했기에 말이다. 그런데 오전 내 그렇게 시간을 보내다 오후에 전화가 왔다.

할머닌 차가운 방에 누워 계셨다. 방안 가득 악취가 진동을 하는데도 누워계셨다. 야윈 모습으로 우리를 보고 반갑게 인사를 하며 라면 하나 면만 끓여달라신다. 눈물이 난다. 삶이 무엇이기에 아침도 점심도 아직 안 드셨단다.

보일러도 고장 나고 모든 것이 엉망이다. 아들이 하나 있는데 아들이 있어 오히려 할머니는 나라에서 주는 어떠한 혜택도 받질 못한다. 아들이라지만 오히려 전혀 도움이 안 된다. 5년째 마냥 놀고먹고 있단다. 다리도 아프셔서 걷지도 못하신단다. 하소연을 한다.

난 단지 들어만 줄 수 있을 뿐 할 것이 없다. 보일러를 대충 손을 본다. 일단 고장 없이 돌아간다. 방안에 훈기가 돈다. 할머니께 약 몇 가지와 마실 물만 대충 사다 드리고 아쉬운 발걸음을 돌린다.

미안하다. 마냥 붙잡고 싶어 하시는데 시간도 그렇고 하여 그냥 나온다. 봉사하는 분의 얼굴을 보니 천사와 같다. 고맙다 설거지며 방청소며 굳은 일을 얼굴한번 안 찡그리고 하는 걸 보니 너무 고맙다.

춥다 바람이 많이 불어 하지만 마음은 마냥 훈훈하다. 따뜻한 온기를 가진 사람과 함께 해서 말이다. 그 할머닌 아직도 세상에 대한 욕심과 미련을 버리지 못하신 것 같다. 다 버리시면 다 얻을 수 있는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