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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我)/빛 바랜 일기

계단이 참 깨끗하다

by 자광 2009. 3. 5.
우리 집에서 시내를 나가기 위해서는 두 가지 방법의 길이 있다. 첫째는 집 오른쪽으로 가파르게 나있는 계단을 이용하는 것이고 둘째는 큰길을 따라 그냥 내려가는 방법이다. 심지어 화장실마저 약4층높이의 계단아래 위치해 있다.
 
평소에 그 계단은 수많은 사람들이  오고가는 중요한 지름길이다. 하지만 계단은 가파르고 좁으며 그리 깨끗하지 못하고 항상 과자봉지며 광고전단지 심지어 유리병이 깨어진 조각들마저 여기저기 나뒹구는 길이다.
 
그런데 특이한 것은 그 계단이지만 더 이상 쓰레기가 늘거나 줄지는 않았다. 그 정도면 언젠가는 쓰레기로 넘쳐야 하는데도 말이다. 난 이 계단을 지금까지 약 10여 년간을 이용하지만 얼마 전 눈이 많이 왔을 때 그 눈을 치운 적 외에는 한 번도 쓰레기를 줍거나 치우지 않는 그저 오가는 객에 지나지 않았다.
 
그러다. 오늘 아침 조금 이룬 시간 화장실을 다녀오면서 너무나 깨끗한 계단을 오르게 되었다. 내려갈 때는 몰랐는데천천히 오르다 보니 너무나 깔끔하게 비질이 되어있는 계단을 보게 되었다.

아! 누가 이렇게 이 계단을 그동안 청소해왔구나 불특정다수가 이용하는 이 계단을 아무 생각 없이 오르내리든 이 계단이 이렇게 누군가의 비질에 의해 그동안 그렇게 유지되었구나 생각하게 되었다.
 
나는 한 번도 이 계단을 청소해야지 하는 생각을 해보지 않았다. 그저 오고갈 뿐 깨끗하고 더러움에 별관심이 없었다. 그런데도 그분은 변함없이 이른 새벽 이 계단의 쓰레기를 치우고 비질을 하였을 것이다.
 
생각하니 참으로 그분이 누굴까 궁금해졌다. 늘 더럽다고만 생각되어온 그 계단이 그리도 깨끗하게 청소되어저 새벽을 맡이 할 줄은 정말 몰랐다. 상큼한 바람이 코끝을 스친다.

기분까지 가벼워진다. 나 자신이 날아갈듯 가볍다. 아마 이 계단을 청소 하시는 분은 혹은 10년 혹은20년을 끊임없이 새벽 일찍 청소를 하였을지 모른다. 난 문득 생각한다. 왜 나는 한 번도 이 계단을 더럽다고만  생각했지 내가 그 더러움을 치우려고 하지는 않았을까.

그래서 이 새벽공기를 좀 더 깨끗하게 상쾌하게 하지 못했을까……. 그분이 누군지 참 행복한 천사 일거란 생각이 든다. 수많은 사람들에 상쾌한 출근길을 선물하는 한 번도 들러내지 않은 채 미소 지을 그 얼굴 부럽다.

그분이 사랑은 실천이기에 실천으로 말미 않아 얻어지는 기쁨은 그분의 특권이다. 이른 새벽 계단을 청소하며 콧노래 흥얼거릴 새벽천사 내가 한번 천사가 되어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