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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我)/빛 바랜 일기

스님의 봉투

by 자광 2009. 3. 5.

어젯밤엔 미칠 듯이 천둥번개 치더니 아침엔 햇살만 따뜻하다. 비라도 오지하는 간절한 바람이 여지없이 무너진다. 아침 일찍 진해 스님에게 전화가 왔다. 필요하신 프로그램 때문이다. 너무나 당연한 마음으로 달려갔다. 필요하신부분을 처리 해드리고 나오려니 굳이 차나 한잔 하고 가라며. 커피를 내오신다.

잠시 후 하얀 봉투를 주신다. 아차, 이러면 안 되는데 하지만 스님은 억지로 봉투를 주머니에 넣어 주신다. 마음이 아리다. 스님 죄송합니다. 도와 드리고 싶은데 스님은 굳이 감사의 뜻을 표하시니 당연히 해드려야지요 했는데. 고맙게 받겠습니다. 좋은 일에 사용하겠습니다. 하고 받는다.

늘 그렇게 나는 스님들에게 받기만 한다. 내가 무엇이기에 말이다. 가끔은 나의 존재에 대해 무척 고민을 한다. 하지만 가끔은 너무나 요긴하게 사용이 된다. 고맙다…….응무소주 이생기심 하지만 나또한 고맙게 받아 줌으로서 스님은 다음에도 부담 없이 불러 줄 것이다. 늘 좋은날 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