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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mkTV/한국의 산사

지리산 서암정사, 함양 오도재

by 자광 2008. 11. 29.

저 멀리 가물거리는 지리산 자락들이 천상세계 인지 손에 잡힐 듯 눈앞에 펼쳐진다. 차가 숨을 헐떡이며 힘겹게 오른다. 함양 지리산 제1문 오도재 에서 바라본 세상은 그림속 풍경 이었다.

지리산에 있는 서암정사 로 가기 위해 나선 길이었다. 함양에서 서남쪽에 자리한 지리산에 들기 위해서는 이곳 지리산 제 1문을 거쳐야 한다. 그 옛날 함양 사람들이 전라도사람 하동 사람만나기 위해 넘어서가는 길목이 구불구불 넘어가는 오도재 다.

그런데 이 오도재가 워낙 가 파라 구불구불 돌아가는 길이 마치 구렁인 냥 길게 드리운 체 나그네들의 발길을 지치게 한다. 하지만 그 정상에 오르면 떡하니 버티고 있는 지리산 제 1문에서 잠시 숨을 고르고 다시 지리산 의 품안에 더욱 들기 위해 시작되는 내리막길을 들어서면 바로 눈앞에 지리산 자락들이 펼쳐진다.

아 하고 탄성이 절로 나온다. 오도재 를 오를 때의 힘겨운 헉헉거림을 한꺼번에 날려 버린다. 그곳에 차를 주차하고 카메라에 담기 바쁘다. 하지만 눈앞에 펼쳐지는 그 풍경을 그렇게 마음처럼 다 담지를 못한다. 아쉽다. 그저 기억 속에 조그맣게 남겨 놓고 칠선계곡 쪽으로 향한다. 서암정사 로 가기 위해서다.
서암정사 는 인근 벽송사의 암자로 지리산 칠선계곡입구에 자리 잡고 있다. 200여 미터 아래 차를 두고 약 5분정도 더 올라가면 바로 서암정사 다. 그리고 그곳에서 다시잠시 내려와 약 300m 정도만 더 오르면 벽송사도 참배할 수 있다.

서암정사 는 벽송사 전 주지였던 원응 스님이 6.25때 지리산에서 죽어간 원혼들을 달래기 위해 1989년부터 약 20여 년간 자연 암반에 무수한 불상을 조각하면서 조성되었다고 한다.

입구에서 부터 버티고 있는 사천왕상의 위엄 있는 표정에 벌써 나의 게으름을 나무라는 것 같아 뜨끔 하며 참회한다. 입구 바위벽에 바로 사천왕을 조각해 모셔 천왕문으로서 의 역할을 하고 있다. 바윗돌에 새긴 그 정교함에 다시 한 번 놀란다.

그리고 그 사천왕을 지나 바위 동굴 문을 지나면 서암정사 의 동굴법당이 나타난다. 동굴법당 앞에는 연못이 조성되어 바위 자체가 용트림하는 거대한 용이고 그 용의 입에서 세차게 물이 뿜어져 나온다.

그렇게 들어선 법당 안 아! 하는 탄성과 함께 인간의 힘으로 어떻게 이렇게 정교하게 조각을 할 수 있을까 할 정도로 정교한 불상들이 입체적으로 마치 살아 있는 듯 그렇게 조성되어 있다. 극락세계를 형상화한 법당 안은 하나의 거대한 예술품속에 들어 와 있다고 해도 될 정도로 아름답다.

아미타부처님의 온화한 표정은 돌이지만 참 따뜻한 느낌이 든다. 법당 맞은편에 지장보살이 중생들을 굽어보고 있다. 굴 법당의 사방 벽에 조각된 무수한 상 들은 말로 표현하기 힘들 정도로 경이롭다. 그 정교함에 놀라고 그 입체감에 놀라고 그 배치에 놀란다. 더더욱 좌측으로는 신중단까지 조성되어 있어 동굴 안이 하나의 대웅전 역할을 충분히 하고 있다.

보살들의 기도소리가 청아하다. 잠시 정의 세계에 들고 싶다. 가부좌를 하고 명상에 들면 바로 이곳이 불국토가 아닐까 싶다. 세속의 정을 잠시 두고 며칠 이곳에서 맑은 바람소리가 듣고 싶다면 욕심일까......,

그렇게 아쉬움을 뒤로 하고 산청읍으로 방향을 잡고 되돌아선다. 한참을 달려 산청읍내에 들어서자 허기가 진다. 읍내 시가지 농협에 차를 잠시 세우고 이리저리 배를 채울 곳을 찾다가 돼지국밥집이 눈에 든다. 허름하지만 정감 있는 식당이다. 주인 할머니도 정답게 맞이해 준다. 그곳에서 허기진 배를 채우고 마산으로 향한다.…….다시 일상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