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잠시쉬자/그리움

제행무상

by 자광 2009. 3. 19.
슬프다. 이른 새벽에 헤어져야 함이 슬프다
하지만 또 다른 만남을 위함이리라.
비는 세차게도 내리고
내마음속의 슬픔을 아는지
비는 끝없이 내린다.
어둠 머문 방안으로 들어서면
어떤 그리움이 몰려온다.
싸늘하게 식어 버린 온기 없는 방안에
우두커니 앉아 오지 않는 잠을 부여잡고
새벽의 빗소리를 듣는다.
속안에 감추어 두었던 아픔이
또다시 밀물처럼 한가득 몰려온다.
삶에 대한 욕망인가.
미련도 없는데 왜 이리도
모질게도 다가오는지.
자꾸만 재촉한다.
내가 질문한다.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느냐고?
그런데 난 대답한다.
모른다.
그러자 그것도 모르면서 무얼 그리
허둥지둥 사느냐고 한다.
모르고 산다.
나는 아직 모르고 산다.
내 어디서 왔으며
또 어디로 가는지.
세상에 나서 맺어진 많은 인연들은
또 어디로 가는지.
막연한 죽음에 대한 두려움.
삶과 죽음. 어두움…….
비가 내린다.
사랑하고 싶다 갑자기 세상이 아름다워 보인다.
비에 온몸을 내맡긴 채
두려움 없이 순수하게 자신을 내어 놓는
나무들. 꽃들은 더욱 푸르러 진다.
나는 왜 자꾸 그 비를 피하려고 하는지
아마도 내안이 작은 두려움 때문일 거라는
막연한 생각…….
사랑하리라
그래도 나는 마지막까지 사랑하며
그렇게 웃으리라
그리고 죽는 날까지가 아니라
사는 날 까지 열심히
그저 여기에 머물러 지금에 머물러 살리라.
내우주의 주인의 나이기 때문에
만남이 있음은 헤어짐이 있음이고
헤어짐은 또 다른 만남이리라.
내 너를 언제 만난 적이 있던가.…….
내녀와 언제 헤어진 적이 있었던가.…….
諸行無常…….
2003/04/23 10:27: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