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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我)/빛 바랜 일기

나중에

by 자광 2009. 4. 12.

머리가 깨어지게 아프고 정신이 없다. 어제 내가 왜 그리도 화를 냈는지 모르지만 난 화를 내었다. 도무지 이해 못할 일들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제는 없다 지금은 다시 오늘 이순간이다.

허둥지둥 일어나 칠원에 있는 구고사를 다녀왔다. 몇 번의 물음 끝에 찾아간 구고사는. 참 아름다운 산사다. 어디에 있는지도 모를 정도로 깊은 산중에 있다.

하지만 산사는 아름답게 장엄되어 있다. 범종과 사물이 잘 정돈되어 있고 바로 밑으로는 울력 할 수 있는 밭이 있고
감로가 흐르고. 대웅전에는 부처님이계시고 마당에는 잔디가 곱게 피어 있고 저 발아래는 칠원 시내가 아스라이 보이고 저 멀리 산정상이 눈앞에 다가오고 모든 것이 참으로 좋았다.

공기는 더욱 맑고 바람은 시원하게 옷깃을 스치고. 내 마음에는 이미 다 놓았던 생각들이 다시 나를 유혹한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나중에 어딘가 산골에 들어가 있을 나를 생각하며 웃음을 지어 본다. 씩. 누군가의 손을 잡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