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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我)/빛 바랜 일기

힘 없는 안타까움

by 자광 2009. 5. 18.
오늘도 먼지나 는 길을 달린다.
여전히 큰 차들은 나를 위협하듯 달리고
내 작은 차는 그사이를 위태하게 달려간다.
그래도  길가에 코스모스는 한들한들
자신의 아름다움을 뽐내고 먼지 속에서
태연히 진분홍색을 뽐낸다.
꽃들은 태연한데. 보는 내가 그 먼지 속에 있음이
괴로워 보인다. 그것은 바로 내 시각에서 보기 때문이다
괴로운 것은 꽃이 아니라 보는 나다.
산허리는 마구 파헤쳐지고 노란 속살을 드러내어
다가올 겨울을 어찌 견딜지.
하는 쓸데없는 걱정을 한다.
노파심인지. 괜스레 허리 잘린 산이 아파 보인다.
가슴이 아프다 인간의 이기심으로 자연은 점점 파괴되고
산 하나가 온통 파헤쳐지고 커다란 덤프트럭들은
길게 줄을 선체 그 산의 살점을 실어 나른다.
어디로 가는 걸까
사라지는 산들은.어디로 가는 걸까.
그사이 사이 차들은 길게 줄을 서서 달려간다.
나도 그사이 길게 줄을 선다.
하얀 차 먼지 가득 뒤집어 쓴 채
그저 힘없이 안타까운 마음으로
길게 드리운 길을 끝없이 간다.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