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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쉬자/그리움

은행잎 진다

by 자광 2009. 6. 30.

성급한 겨울 찬바람에 삶의 무게를 이기지 못한
은행잎이 제 몸을 차가운 아스팔트위로 누인다.
슬프다 채 노오랗게 물들어 보기도 전에
잎을 떨 구어야 하는 은행나무도 슬프다.

하지만 살아야 한다.
그렇게라도 살아야 한다는
아련한 꿈을 안고 은행잎은 은행잎대로
그 잎을 떨 구어 내는 나무는 나무대로
서로의 아픔을 이해한다.

비록 지금은 그렇게 너에게서 멀어지지만
나는 또 너를 살찌울 수 있도록
기꺼이 너의 발목을 감싸고 차가운 겨울바람을
온몸으로 덮어 주마한다.
자동차 바퀴에 온몸이 찢겨지는 아픔이 오더라도
나는 너의 영양이 되어
너의 겨울을 버티는 힘이 되어 주마한다.
그렇게 은행잎이 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