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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我)/빛 바랜 일기

가을 비

by 자광 2009. 2. 20.

광주를 가는 길은 언제나 멀게만 느껴진다. 그곳에서 만나는 사람들 이젠 제법. 익숙한데도 광주는 멀게만 느껴진다. 하지만 오늘은 내 작은 차가 정비공장에 나가있어 승용차를 타고 가는 바람에 편안하다. 가는 중에는 몰랐다.
 
오늘은 아들의 생일잔치를 해주었다. 11월24일 이었는데. 합창 연습한다고 미루어 두었다가 오늘에야 생일을 축하 한다. 새삼스럽게도 아들이 커가는 것을 느낀다. 훌쩍 자라버린 아들이 이젠 대견스럽다. 담임선생님도 축하 해준다. 고맙다.
돌아오는 길은 비까지 촉촉이 내린다. 가을비다 곡성휴계소에서 한숨 잔다. 깊은 잠이 들었다. 한잠을 자고 나고 기름을 넣고 다시  고속도로를 달려간다. 비오는 길은 미끄럽다. 그사이사이를 곡예 하듯이 달린다.

물안개가 피어오른다. 순천휴계소에서 다시 주린 배를 채운다. 그러다 눈을 들어 보니 너무나 아름다운 우리네 산하가 들어온다. 산 너머 산, 가을비 내리는 날 저 멀리 산하는 산 너머 산을 숨긴다. 숨바꼭질처럼 안개 속에 숨었다, 살며시 들어내며 부끄러운 듯 산 뒤에 살며시 그 웅장함을 감춘다.

곱게 치장한 가을나무 사이로 더 넓게 펼쳐진 산. 산. 산.  산은 또 하나의 산을 품은 채 사이사이 생명이 움터 오른다. 산 너머에 또 산. 또 산이 있다. 그 산이 있어 산은 아름답다. 사이사이 구름 노니는 모습이 나를 신선이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