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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我)/빛 바랜 일기

오수에 젖어본다

by 자광 2009. 5. 17.

아침나절 잠시 흐린 하늘 보여 주더니
결국 비가 내린다. 요 며칠 보이는 하늘의 심술에
웬 가을비가 이리도 오는지
조금은. 습한 날 때문에 몸이 무겁다.
며칠 방랑벽을 이기느라 무지 참는다.
분명 어딘가로 떠날 것인데도
떠나지 않고 참고 있는 것이다
비 온다는 이유로 그렇게 나의 역마살을 눌러 본다
일요일 송광사로 가볼 참이다
몇 번 가 본 송광사 이지만 이번엔 가서 찬찬히 돌아볼 참이다
승보종찰 아닌든가.
며칠 둘이 같이 아픈 모양이다 비는 질척이고
가로등은 꾸벅 꾸벅 졸기만 하고
우산이 없는 학생은 부랴부랴 뛰어 가고
가을 오후 어둠이 밀러 올 때쯤.이면
나는 오수에 젖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