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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我)/빛 바랜 일기

길을 간다

by 자광 2009. 11. 7.
길을 간다. 벚꽃이 막 피기 시작한 길을 간다. 연분홍 꽃잎이 여기저기 꽃망울을 터뜨리자 봄은 내게 향기가 되어 왔다. 개나리도 기다렸다는 덧 줄줄이 노랑 잎사귀를 틔운다. 또 한쪽에서는 진달래가 진분홍 옷으로 갈아입고 여지없이 자신을 뽐내고 있다. 그 길을 나는 간다.

그렇게 봄은 의심하지 않고 왔는데, 내 마음은 도깨비처럼 수십 수만 번을 바뀌는 구나. 무엇이 윤회일까? 고민할 필요가 없다. 나는 매초 그렇게 윤회하고 있기 때문에 따로 윤회를 이야기 할 필요가 없다. 너도 변하고 나도 변한다. 죽음처럼 조용했던 겨울이 지나고 투박해 보이던  겉가죽을 뚫고 생명은 여기저기 고개를 내민다. 봄은 어김없이 그렇게 우리들 곁으로 윤회 하여 왔다.

겨울에서 봄으로 또 봄에서 여름으로 또 겨울로, 삶도 이렇게 돌고 돈다. 돌고 돌아 그렇게 또 봄이 온다. 더 이상도 더 이하도 아니다.


길가에 세워진 내차도 처음에는 당당한 새 차였다. 하지만 나와 함께 한 시간만큼 차는 낡고 닳아 자꾸 윤회한다. 모든 것은 변한다. 변한다는 것은 윤회한다는 것이다.


매초 매시간 우리는 그렇게 변하고 윤회하는 것이다. 윤회하지 않는 것이 없다. 모든 것은 연하여 일어난다. 또 비롯된다. 아버지와 어머니를 비롯하여 내가 있고 나(我)가 있어 네가 있다.


모든 것은 또 사라진다. 제행무상(諸行無常)이다. 나라는 이 육신도 알고 보면 지수화풍의 인연에 의한 결정체 이다. 그중 어느 하나가 인연을 다해 사라지면 나 또한 사라진다. 죽음이라는 형식으로 나는 또 원래의 곳으로 사라진다. 저기 보이는 차도 이름이 차일 뿐 결국은 차라고 할 만한 것은 없다.

내 눈에 보이는 것은 허상일 뿐 실체가 없다. 바퀴, 핸들 자체, 엔진 중 무엇이 차일까? 시간이 지나면 모든 것은 낡고 사라진다. 바퀴는 바퀴대로, 철판은 철판대로, 유리는 유리대로 결국은 사라진다. 아무것도 남을 것이 없다. 단지 이름이 차 일 뿐…….

하지만 나는 나를 나(我)라고 착각하고 나는 살고 있다. 또 살고 있기 때문에 죽음을 피할 수 없다. 그것이 바로 무지(無智)이다. 내가 없음을 나라고 할만 것이 없음을 깨닫는 다면 결코 죽을 것도 없음을 알 것인데 나는 어리석어 아직도 이 육신 을 내 것이라고 착각하고 있다. 그것이 바로 집착이다. 그 집착이 고통을 부른다. 어리석은 무지로 인해 고통스럽다. 나(我) 가 무(無)인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