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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하붓다/차나한잔

헛됨

by 자광 2009. 11. 22.
한 제자가 스승에게 물었다.
"진심으로 사람들을 도우려 했습니다만, 헛되고 헛될 뿐이었습니다.
제게 어떤 잘못이 있는 것인지, 아니면 다른 까닭이라도 있는 것인지요?"
스승은 제자에게 때가 되면 알게 될 것이라고 하였다.
마침내 때가 되었는지, 스승은 뜰 앞 개울가로 사람들을 불러 모았다.
그리고 다리 한가운데에 돈 주머니를 갖다 놓게 하고, 마을로 가서 빚을
잔뜩 진 사람을 데려오게 하였다.
스승은 그 사람에게 다리를 건너라고 하면서,
그러면 좋은 일이 생길것이라 귀뜸해 주었다.
그리고 제자들과 함께 다리 건너편 쪽으로 가
그가 다리를 건너오기를 기다렸다.
신호와 함께 그 사람이 건너기 시작했다. 그가 건너오자
스승이 물었다.
"다리 가운데서 뭘 보지 못했는가?"
그 사람이 대답했다.
"아무것도요."
"정말 아무것도?"
"예, 다리는 건너다가 문득 눈을 감고 건너면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렇게 했죠? 뭐가 잘못됐나요?"

잘못된 건 없다. 있다면 이렇게 재미있는 사람에게 엉뚱한 걸
주겠다는 진심의 헛됨이다. 그에겐 무엇을 주어도 흥미거리로 변한다.
신을 주어도 흥미로거리로 변한다. 그러므로 그가 받을 수 있는 건
흥미거리 뿐이다. 그는 마술사, 무엇이든 흥미거리로 만드는 마술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