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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쉬자/그리움

무엇이기에

by 자광 2009. 2. 12.
얼굴을 들 수가 없다
무엇인가 잔뜩 얼굴에 묻어 남에게 차마 보여주기가 싫은 듯
찌푸린 채
얼굴을 들 수가 없다
하루 웬 종일 검은 연기 가득한 세상에
찌들대로 찌들다 혼탁함으로 마음까지
무언가 때가 낀 듯 씻어도 씻기지 않은
비웃기라도 하는 듯
시간이 지는 만큼
자꾸 묻어난다. 이것이 무엇인가
무엇이기에
무엇이기에 이토록 진하여
내 온몸을 더럽힌단 말인가.
눈도. 얼굴도. 마음속까지도
무엇인가에 나에게서 묻어나는
더러운 찌꺼기처럼 눈을 뜰 수가 없다
얼굴을 들 수가 없다
이 추함으로.
1995. 4. 28
jae seo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