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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我)/빛 바랜 일기

은행잎

by 자광 2009. 2. 20.
바람에 노란 은행잎이 우수수 떨어진다. 생명이 다해…….그렇게 사람들의 발바닥에 짓 밝히는데도 아무른 반항도 하지 못한 채 그저 바람이 부는 데로 몸 맡긴다.

생명이 다함은 저런 것일까……. 나또한. 저와 같이. 생명이 다하고 나면 아무른 가치 없이. 자동차 바퀴에도 또 한 무더기는 쓰레기봉투 속으로 제각각의 역할을 마감한다. 남음자의 몫은 무엇일까……. 떠난 자의 빈자리엔 덩그마니 외로움만 남겨진다.

가는 자가 있어 남는 자가 있는 법이다. 너 없이 내가 있을 수 없고 나 없이 너 있을 수 없다. 가고 옴을 지는 잎사귀는 숙명처럼 받아들인다. 그것이 내 지난 여름날의 역할을 다함이다. 이젠 남는 자들의 역할만 남았다 하고 그렇게 미련두지 않고 떠나간다. 그렇게. 바람에 나뒹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