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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我)/일상

되돌아 옴

by 자광 2009. 3. 4.

어디론가 떠난다. 하지만 되돌아온다. 또 어디론가 떠날 채비를 한다. 늘 그렇게 떠나고 되돌아옴을 반복한다.

일상처럼 그렇게 현실을 벗어나고 싶어 그 현실을 떠나지만 결국은 그 떠남도 현실이기에 우리는 늘 그렇게 떠남을 연습한다.

세상 속에 있으면서도 세상에 나 홀로인 것 같아 외롭고 때론 사람 속에 있으면서도 또 외롭다.

아무리 아등바등 애를 쓰도 결국 벗어날 수 없는 현실인 것을 알고 난 뒤에도 한참을 그렇게 떠남과 돌아옴을 반복한다. 어리석은 사람이기 때문에 그 또한 어쩔 수 없는 습관이 되 버린 게다…….

슬프다. 생각한다는 것이 때론 슬프다. 되돌아보면 볼수록 더 멀어져만 가는 지금이 더욱 나를 슬프게 한다. 차라리 되돌아보지 말 것을 하고 후회하지만 이미 고개 돌려 되돌아보고 있는 내 모습이 슬프다. 때론 지금의 일상에서 일탈하고 싶지만 그 일탈마저 사치이기에 포기하고 산다. 그 대신 아주 가끔 여행을 떠난다. 목적지도 없이 막연하게 떠나는 여행을 그렇게 마음 가는 곳으로 향하고 그리곤 또 다시 되돌아온다.

나는 언제나 그렇게 떠나는 준비를 한다. 늘 가방을 쌓아두고는 때가 되면 마치 어디론 가로 떠나야 할 것 처럼 그렇게 떠나곤 한다. 삶에 대한 반란처럼 그렇게 자꾸 떠나려 한다. 삶은 어차피 여행인데 그 여행조차 목적지가 없다. 그러니 나는 참 바보다.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는 나는 참 바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