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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我)/빛 바랜 일기

나의 바램은

by 자광 2009. 5. 5.


산 너머 산인 산골오지에서 나무껍질로 지붕 엎고.
풀뿌리 감자 캐어 먹어도 그렇게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라면.
세상사 모든 것 놓아 둔 채로 물소리 바람소리.
계곡에서 올라오는 잎사귀들의
속삭임 까지
그렇게 함께 보고 듣고 느끼며
따뜻한 체온 느끼며 살고 싶은데
얽히고설킨 인연의 타래처럼
이런 이유 저런 이유로 차마 말 못하고
그렇게 메마르게 지붕만 썩어진다.
깊은 골짜기 아무도 찾지 않고
그저 바람결에 소식만 주고받을 수 있는데
아무러면 어떤가. 나 없어도 여 여 한데
어디에 존재한들. 어디에서 사라진들
풀벌레 이름 없는 들꽃만큼 서러울까싶다.
서러워 할 것도 없는데
무어라 아쉬워할까.
세상사 인연. 오고감이 정한 이치
만남을 주장하면 헤어짐이 생기고
헤어짐을 주장하면 만남이
인연되니.
언제 그렇게 손잡고. 봄 소풍 떠나는 아이들처럼
설레는 마음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굴피집 너와집.아무렴 어떠랴.
너의 손길 느낄 수 있고 너와 함께
밤새워 도란도란 이야기 할 수 있는데
다만 이뿐인가 하노라.
나의 바램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