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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我)/빛 바랜 일기

감사

by 자광 2009. 8. 30.


나는 아침이면 이 골목길을 걸어 내려  간다.
매일 매일 반복되는 일상이지만
이 골목길은 아침마다 나에게 신선한 공기를 준다.
그리고 때론 촉촉하게 때론 안개처럼 뿌옇게
그렇게 색다른 모습을 보여 준다.
단 하루도 같은 날이 없이 변화된 모습을 보여준다.

늘 같은자리에 있는 집들 낯익은 차들 그리고 대문
또 늘 같은 자리에 쌓여있는 쓰레기들 까지
한결 같아 보이지만 이 길은 밤새 수없이 많은 윤회를 거듭하여
나에겐 늘 다른 모습을 보여 준다.
내가 잠든 밤사이 깨어 어둠을 부여안고
때론 추위에 때론 눈바람에 때론 차가운 빗물에
촉촉하게 물기 머금은 듯하지만
결국 하루도 똑같은 모습을 나에게 보여 주지 않는다.

그런 도시에 내가 살고 있다.
이 도시에 살고 있는 수많은 영혼들만큼 많은
사연들을 안고 이 길은 나에게 깨어 있음에 감사하라고 가르친다.
내가 살아있음으로 다시 볼 수 있기 때문에.
더 이상 무엇이 감사하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