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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我)/일상

비 그치고 나서

by 자광 2009. 11. 11.
비가 그쳤다.
어제와 오늘까지 칙칙하게 내리 던 비가 그쳤다.
하지만 내 마음 안에는 아직도 비가 내리는 것 같다.
잊고 살았는데
이런 저런 사연들 다 버리고 살았는데
그런 기억들이 스멀스멀 나를 삼키며
저 밑에서 부터 하나둘 올라온다.

서럽다. 살아온 길이 서럽다.
그렇게 앞만 보고 달려왔는데 아무것도 이룬 것이 없다.
하고 싶은 것 제대로 못해보고 참고 억누르고 그렇게 지내왔는데  결국은 그것이 나의 족쇄가 되어 나를 억누른다.

머리가 아프다. 생각하기 싫다.
그리고 다 놓았다고 생각했다.
아니 정말 그랬다.
그런데 왜 아직도 무언가 남아 이렇게
비 그친 저녁이면 무언가가 사무치게 그리워지는지
나도 모르겠다.
무엇을 그리워하는지 그냥 가슴 저 깊은 곳에서 쏴하고 바람이 밀려온다.

왜 그런지도 모른다.
그냥 그렇다. 지금의 삶에서 그래도 최선을 다해야 한다. 무심코 지나친 일상들이 하나하나가 다 소중했던 시간 들 이다. 지나보면 후회한다. 그러니 차라리 지금 실컷 울고 싶을 땐 울고 웃고 싶을 땐 웃자 내일로 미루지 말자 그래봐야 아쉬운 만 남는다.

사람들은 모른다. 제일 오래된 기억들이 아프고 괴로웠던 기억 인 것을 정말 행복했던 기억들은 그리 오래가지 못하고 가슴 어딘가에 꼭꼭 숨어 버린다. 그런데 유독 아프고 생각하기 싫고 지우고 싶은 기억들만 이렇게 비 그친 저녁 내 발끝을 타고 올라온다.

기억도 없다. 생각도 없다. 그렇게 떨쳐내려고 했는데도 내가 떨쳐내려고 하는 만큼 질기게도 나를 부여잡고 안 놓아준다. 그런데 막상 그놈들은 찾으면 어디에도 없다. 단지 망상처럼 나의 의식 어딘가에 꼭꼭 숨어 있다가 나의 외로움이 보일 때 쯤이면 어김없이 다가와 내 온몸을 순식간에 삼켜 버린다. 그 순간 나도 모르게 서러움에 복받쳐 꺽꺽 거린다. 참 바보 같다. 나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