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날이 저물어 어둑어둑 해지고 있다.
나는 몰랐다. 그렇게 시간이 빠를 줄
하나 둘 흰 머리가 날 적에는 그래도 그것이
멋이라고 우기며 내 버려두었다.
그러다 조금씩 색이 바라지는 머리에 아닌 척 했지만
이미 속은 조금씩 상하고 있었다.
그것이 세월의 흔적이라곤 그때 까지도
아니라고 버티며 견딜 만 했다.
그러다 친구들의 주름진 얼굴에서 깜짝 놀라 되돌아보니
어느새 하나 둘 중년의 모습들을 하고 있기에
그래도 세월은 여유 있을 줄 알았다.
하지만 기다려 주지 않고 이미 놓아버린
화살의 시위처럼
시간은 쉼 없이 앞으로 내 달리고 있었다.
창밖의 어둠이 기다려 주지 않는 것처럼 조금의 망설임도 없다.
되돌아보니
까마득히 저 만큼 희미한 그림자처럼 아픈 기억들만
나를 부여잡고 있더라.
놔 버려야지. 다
지나 온 길 보다 짧아진 가야 할 길에서
서성이는 지키지 못 할 수많은 약속들을
차곡차곡 되새기며
남은 길이만큼의 아쉬움을 뒤로 한 채
터벅터벅 간다.
해지는 노을이 아름다운 길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