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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하붓다/차나한잔

뒤 집기

by 자광 2009. 11. 13.
어떤 사람이 바보에게 사발 하나를 주면서 밀가루와
소금을 사오라고 심부름을 보냈다.
그가 바보에게 말했다.
"조심해라. 밀가루와 소금을 한데 섞지말고 따로 가져와야 한다.
알았지?"
가게로 가자, 주인이 사발에다 밀가루를
채워 넣은 다음 소금을 재기 시작했다.
바보가 재미있다는 듯 바라보며 말했다.
"밀가루와 섞으면 안 돼요, 소금을 어디다 담을 지
두고 봐야겠군요?"
가게 주인은 잠시 멈칫 하더니 대뜸 사발을 뒤집었다.
사발을 뒤집어 그 밑 받침의 움푹 들어간 곳에 소금을 담을 참이었다.
물론 밀가루는 죄다 쏟아 버렸지만, 소금은 안전하게 담을 수 있었다.
그걸 받아 들고 집으로 돌아온 바보가 말했다.
"여기 소금 가져왔어요."
심부름을 보냈던 사람이 말했다.
"수고했다. 그런데 밀가루는 어딨지?"
"여기요."
바보가 다시 사발을 뒤집어 내 밀었다.

마음은 사발과 같다. 마음은 날마다 뒤집힌다.
소금과 밀가루를, 선과 악을 따로 따로 담기 위해서
날마다 뒤집힌다.
누가 자신을 비웃는가. 우리의 마음속엔 이런 드라마가
무진장 깔려 있다. 우리는 이런 드라마 작가, 연출자, 배우, 관객이다.
우리는 1인 4역의 놀라운 재능을 발휘하고 있다.
우리의 마음은 모든것을 따로 따로 담아야 한다
날마다 날마다 뒤집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