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그쳤다. 밤새 무섭도록 내리던 비가 그치고
도시는 마치 갓 목욕마친 새색시처럼
뽀얀 얼굴을 하고는 아무 일 없었다는 덧 깨끗하다.
양덕 천에 물살이 간만에 제 역할 하는 것처럼 새 차게 흘려간다.
그 물에 발이라도 담그고 싶다.
하지만 아마 며칠 뒤 또 인간의 온갖 욕망이
배출된 냄새를 품은 채 묵묵히 바다로 향하겠지.
그리고 아침 화분에 무궁화가 마치 경쟁이라도 하는 것처럼 활짝 피었다.
물에 촉촉이 젖어 있는 무궁화의 모습이 처음 필 때의 순결한 모습처럼
늘 그렇게 청초하다…….
그 아래 어제 떨어진 무궁화 꽃봉오리가 시들어 간다.